참교육 학부모신문

요즘 저는> 작당모의가 직업이 된 사람

안이숙(영암지회 지회장)

참교육 학부모신문 | 기사입력 2024/03/05 [11:59]

요즘 저는> 작당모의가 직업이 된 사람

안이숙(영암지회 지회장)
참교육 학부모신문 | 입력 : 2024/03/05 [11:59]

작당모의가 직업이 된 사람

 

▲ 안이숙(영암지회 지회장)


이곳저곳 참견할 게 많아서 쉬 직장을 다니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어디 돈 나올 구멍도 없으면서 무슨 배짱인지 당당하게 백수로 지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교육활동가, 마을활동가, 사회활동가, 지역활동가, 시민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지역에서 바삐 지내고 있는 그대들이 아마 ‘그 사람’일 것이다. 굳이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라고 한다면, 나 역시 ‘그 사람’ 중 한 명일 게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 어느 날 고등학생 딸내미가 나에게 이야기한다. 

 


 “학교 선생님들이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봐서, 내가 이렇게 대답했어. ‘글쎄요, 저희 엄마는 맨날 바쁘게 사시는 거 같은데, 도대체 어떤 일을 하시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무지 바쁘시고, 뭔가 하시는 거 같기는 해요.’” 


 

에피소드 둘. 작년에 나는 간만에 취업을 해서 열심히 직장에 다녔더랬다. 그런데 직장과 내가 활동하고 있는 여러 일들을 도저히 병행하기가 어려워서 9개월 만에 주저 없이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러자 초등학생 막내딸이 나에게 이야기한다. 

 


 “엄마, 나는 그냥 엄마가 회사에 다녔으면 좋겠어. 어차피 엄마는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바쁠 거잖아. 저녁마다 회의하러 나가고(작은 목소리로, 나를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잖아). 그럴 바에는 차라리 돈 버는 회사에 다니는 게 나아.”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하던가. 그간에는 내가 딱 그 짝이었다. 백수이다 보니 참학을 비롯하여 무슨 단체, 무슨 위원, 무슨 활동가로 열심히 쫓아다녔고 불려다녔다. 내가 나인지도 모르게 그렇게 살았다. 

 

그래서 올해만큼은 다짐하는 게 있다. 일의 중심을 잡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말이다. 물론 그 중심은 ‘참학’이다. 그러니까 참학을 중심으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을 진행하겠다고 뒷산에 올라 나 홀로 다짐했다. 

 

잠깐, 여기서 자기반성. 올해 참학 지회장을 연임하여 지회장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과연 내가 우리 지회를 제대로 이끌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하는 일이 많아서 바쁘다는 핑계로 그간 참학 일은 뒷전으로 밀려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매년 계획만 거창하게 잡고 제대로 실천도 못 하면서, 외부에서는 참학 지회장 타이틀로 얼마나 꼰대처럼 살아왔을까 싶어서 부끄럽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는 알지 않은가. 참학만으로는 ‘판’을 키울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특히 교육, 환경, 공동체라는 키워드로 판을 벌리고 키우려면 함께하는 벗들이 많아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는 여전히 중요하고 소중하다. 

 

예상하건대, 갑진년에 나는 늘 하던 대로 사람들과 작당모의를 할 것 같다. 때로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혹은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모아놓고 참학인으로서 나는 교육과 환경과 공동체를 위하여 열심히 떠들고 움직일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참학인으로서 활동할 동기부여가 충분히 되네. 

입이 간질거리고, 발가락도 꼼지락거리고, 온몸이 꿈틀거린다. 자, 해가 중천에 뜨기 전에 얼른 신발끈을 다시 묶고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봐야겠다. 

 

참학 벗들도 갑진년 새해가 밝았으니 기지개를 활짝 켜고 작당모의하러 나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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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뭉치 2024/03/12 [15:54] 수정 | 삭제
  •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 실감나네요. 옆에서 많이 도와드리지도 못하고 죄송하네요. 부지런한 지회장님 고맙고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