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학부모신문

‘거꾸로캠퍼스’를 소개합니다4

나답게, 함께 사는, 거꾸로!

참교육 학부모신문 | 기사입력 2023/10/05 [15:20]

‘거꾸로캠퍼스’를 소개합니다4

나답게, 함께 사는, 거꾸로!
참교육 학부모신문 | 입력 : 2023/10/05 [15:20]




딸은 거캐머(거꾸로 캠퍼스에 다니는 사람)다. 일반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입학했다.

하고 싶은 게 많아 노래, 스포츠, 사진, 영화, 역사, 과학, 바리스타, 학생회장 등 중학교 생활은 활기찼다. 대학을 향해 불철주야 공부만 하는 친구들 앞에서 본인의 경험이 무가치하게 느껴진다며 불안해하기 전까진 말이다. 학생회장으로서 도교육청의 권고에 따라 선도 활동을 인권의 관점에서 새로 자리매김하려 한 건 매우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그러나 선도를 일종의 권력으로 누리려는 학생회 임원들, 통제 없는 선도는 선도가 아니라는 학부모들, 문제점을 알면서도 손쉬운 단속 수단을 버리지 못한 교사들, 그 속에서 딸은 의기소침해져갔다. 일반 고등학교에 가면 소생 불가능할 것 같았다. 대안학교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딸은 “호기심 대자극 프로그램”에, 나는 “미래 역량 강화”라는 말에 반해 거꾸로 캠퍼스(이하 거캠)를 선택했다. 오리엔테이션에 다녀온 딸은 환하게 웃었다. “내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었어”

 

거캠의 1년은 4모듈(모듈당 11주)로 짜여져 개인이든 팀이든 모듈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낯선 시스템이지만, 딸은 첫 모듈을 호기롭게 시작했다. 팀원은 물론 코칭 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발표해야 하는 순간들, 의외로 딸은 자주 긴장했고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 프로젝트를 할 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다가 본인이 원한 만큼의 성취를 이뤄내지 못해 마음 상해했다. “자기다워지고 싶어서” 선택한 곳인데 자기다워지는 것 자체가 어려운 모순에 빠졌다.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3.4모듈 문화행사 부장 역할을 맡았다. 가장 큰 행사인 1박 2일 여행을 기획하며 혼란은 가중됐다. 딸은 부서 분위기에서 활동의 결과까지 모든 책임이 자신한테 있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압도당해 기진맥진이었다. 다행히 여행은 성공리에 진행됐고, 얼마 후 딸은 밝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줘서 가능했어. 나도 이미 잘 하고 있었더라고. 왜 이제야 보이는 거지?”

 

뒤에서 말없이 지원하신 선생님들, 회의마다 참석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 선배들, 자기 역량만큼 협력한 부원들, 지닌 끼를 유감없이 발산하며 여행을 즐긴 거캐머들, 각자 자신에게 충실했던 것이 모자이크처럼 얽혀들어 순탄한 여행이 가능했음을 딸은 절감한 듯했다. 자신처럼 사람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지점들이 있음도 어렴풋이 느끼는 것 같았다. 세 뼘은 큰 것 같았다. 무학년제, 경쟁 말고 협력, 시험 말고 포트폴리오, 성적표 대신 성장 기록부, 일방적 강의 말고 자기 주도 프로젝트 수행, 졸업장 대신 엑시트(Exit), 정답 말고 자기다움의 길로, “넘어져도 괜찮아, 일어나 다시 가면 되지 뭐.” 격려를 아끼지 않는 코칭 샘들 덕분에 딸은 마침내 안도하며 자기 날개를 편 것 같다. 

 

지난해 딸이 속한 팀은 “버려지는 옷걸이”로 시작한 “자원의 재순환”을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선택했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과정을 거쳐 올해 3모듈부터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집중할 예정이다. 해결의 도구로 쓰기 위해 Coding, Design, Making, Marketing 등 해당 분야 전문가 선생님들에게서 이론과 기술을 습득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건 걍 하는 모습을 되찾은 딸은 지금, 실패해도 밝고 가볍게 가는 법을 연습 중이다.

거꾸로캠퍼스 학부모 정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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