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서중학교를 소개합니다.
박소연(내서중학교 학생)
안녕하세요, 저는 2023학년도 내서중학교 학생회장 박소연입니다. 3년이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학생의 입장으로 바라본 내서중은 정말 완벽한 학생들을 위한 학교였습니다. 누구나 이곳에서 학생이 주체가 되는 곳이고 학생들을 위한 학교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런 학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지금부터 제가 사랑하는 특별한 중학교, 내서중학교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저는 내서중의 많은 부분들을 좋아하고 또 사랑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게 뭔지 물으면 저는 망설임 없이 내서의 사람들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내서에서 만난 사람들, 그러니까 학생들과 선생님들, 학부모님들입니다. 제가 내서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너무 좋은 사람들입니다. 물론 좋은 사람의 기준은 굉장히 어렵고 다양합니다. 그래서 저는 저 스스로 ‘좋은 사람’을 ‘타인을 위하고 함께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놀랍게도 내서의 사람들은 제가 정의한 좋은 사람, 그 자체였습니다. 게다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관계 속에서는 저는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언제나 웃음만 가득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고, 서로 도우며 편한 사이였던 동생, 언니, 오빠들과의 관계에서늘 즐거웠고,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항상 믿어주시는 학부모님들과의 관계에서는 든든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제가 내서에서 만나 사람들과 그들과 함께 만들어 간 관계는 제게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들 덕분에 저의 중학교 생활은 웃음으로 가득했습니다.
또 제가 내서에서 사랑하는 것은 학생이 주체가 되는 활동들입니다. 저는 내서의 많은 자랑 중 절대 뺄 수 없는 한 가지가 학생 자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내서는 학생 자치가 정말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내서의 학생 자치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학생 자치의 기본이 되는 ‘두레’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려 합니다. ‘두레’란 ‘어느 분야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이 학년 상관없이 1,2,3학년이 모두 섞여 있는 하나의 모둠’입니다.
예를 들어 도서 두레는 학교에서 책 정리와 밤샘 독서 등 책과 관련된 것을 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모여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서의 많은 활동들은 두레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큰 행사 중 하나인 이동수업도 두레로 이어집니다. 이렇듯 내서는 두레를 기반으로 해서 학년과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그 속에서 함께 학생 자치를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학생 자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보려 합니다. 내서는 한자리 모임이라는 것을 통해서 학생 자치를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한자리 모임이란 전교생과 선생님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여러 가지 안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찾는 활동입니다. 저희는 이 활동을 통해 학교에 대한 문제점도 개선하고 함께 행사도 기획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학교의 주체라는 인식을 더 키우며 주인이 되는 과정을 겪습니다.
그렇다면 학생 자치는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학생 자치가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학생 자치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학교의 주체라는 생각을 하게 하며,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하고, 많은 사람들과 협력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 자치는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학생 자치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어떻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지,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법, 함께 살아가는 법 등 정말 소중한 것들을 깨닫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내서는 이렇게 중요한 학생 자치가 정말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게 내서의 자랑 중 하나죠.
마지막으로 제가 내서에서 사랑하는 것은 내서만의 다양한 활동들입니다. 내서에는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정말 많은 활동이 있습니다. 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좋아하고 제가 좋아하는 활동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두 번째는 낭송의 오후입니다. 낭송의 오후는 전교생이 모두 같은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해 비경쟁 토론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활동을 통해 제가 평소에 잘 보지 않는 종류의 책들을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또 평소에 책을 잘 안 읽는데 이 활동으로 책을 읽게 된 친구들은 이 활동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 활동으로 서로의 생각도 공유하며 타인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책도 읽을 수 있는 낭송의 오후는 참 유익한 활동입니다.
어쩔 수 없이 두 가지만 소개를 해 보았는데 이 두 가지 말고도 내서에는 많은 활동이 있고, 그 활동들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 또한 많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중학생 때 이러한 값진 것들을 해 볼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좋은 학교지만 저에게도 어쩔 수 없이 내서와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졸업을 마주하게 된 것이지요. 저는 졸업으로 제 곁에 있던 많은 것들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슬프고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헤어짐은 또 다른 시작이죠.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지금은 헤어짐을 마주할 힘이 조금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또 이별이 더욱 아쉬웠던 건 내서중에서의 생활이 너무 행복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제게 내서중에서 보낸 3년의 시간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또 앞으로 나아갈 저에서 나침반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글로 여러분께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내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보석 같은 학교에서 마지막
“이렇게 보석 같은 학교에서 마지막을 보낼 수 있어 참 행복하다.”고 하시며 5년간 내서중에서 근무하시고 2024년 2월 29일에 정년퇴직을 하시는 김임곤 선생님을 인터뷰했습니다. - 동료교사 이승아 -
담임 그리고 가정방문
Q. 지금 이 시대에 가정방문은 왜 필요할까요? 저는 내서중에 5년 동안 근무하면서 1학년 담임을 세 번 했습니다. 저한테는 1학년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할아버지처럼 허허 바라봐 주면 쉽거든요.) 입학식에 거의 모든 학부모님들이 오셔서 자기 아이를 공식적으로 소개하고, 멀리서 서로 인사를 하기는 하지만 가정방문으로 한 가정, 한 가정 들르면서 얼굴을 뵙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1년의 관계를(혹은 내서중학교 3년의 시간을) 잘 다지는 시간입니다.
얼굴을 한 번 뵙고 나면, 약간 껄끄러운 일이 생겨도 얼굴을 모르는 상태보다 그 느낌이 훨씬 다릅니다. 또한 1학년 학부모님들께 ‘우리 학교는 이런 학교입니다, 백두대간, 이동수업, 금요만남 등이 있어요.’ 하며 설명을 해 드리면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훨씬 커집니다. 서로 신뢰를 쌓는 초석이 되는 거죠. 지나고 돌아보니 가정방문의 힘, 효과가 꽤 크다고 느껴지네요.^^
Q. 가정방문을 가시면 부모님들께 드리는 질문이 뭔가요? ‘댁의 아이는 어떤 아이인가요?’라고 물으면, 조금씩 조금씩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죠. 그러면서 전체적인 댁의 분위기나 부모의 성향과 그런 것들이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이죠.
Q. 가정방문 후 상담 시작하셨는데 어떠셨어요? 3월에 처음 만나면 저는 무슨 얘길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가정방문을 가서 부모를 만나고 아이를 만나며 생기는 무늬들이 있고, 결이 깊어지면서, 4월, 5월쯤 되어 책 읽을 녀석들은 도서관으로 보내고, 한 명 한 명 “요즘은 어때?”하며 풀어가면 지나온 시간이 있어서 이야기 거리도 있지요.
Q. 교직 마지막 해까지도 담임 자리를 놓지 않으셨고, 담임을 자처하시며 “담임이 제일 쉬웠어요.”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그렇죠? 담임을 하는 어려움(학부모와 만남, 소통), 아이들 자잘한 문제거리들, 관계, 청소지도 등등 이런 것들이 그 연세에도 어렵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요? 담임을 하면서 아이들을 책임진다, 통솔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제가 제 식으로 만들어가는 게 아닌, 뭘 도와줄지, 지원할지를 고민합니다. 이 시기 발달단계의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이제 좀 되는지 그냥 아이들을 바라봐주고 기다려주게 됩니다. 어려울 게 하나도 없어요. 월요일 아침에는 “주말에 뭐했니?” 하며 둥글게 앉아 서로의 일상을 꾸준히 묻고 답합니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세계가 서서히 서로에게 스며들죠. 모둠일기를 쓰면서 점점 글이 길어지고 솔직해지는 아이들의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댓글 다는 재미도 있어요.
내서중의 특별한 시간
Q. 내서중학교는 목요일 아침시간(8:30~8:50)에 학생, 교사 모두가 텃밭에 나갑니다. 텃밭 활동은 왜 필요할까요?? 이전 학교에서도 텃밭 담당이었는데, 제가 열심히 목장갑을 준비해 두었고, 활동이 끝나면 “잘 포개 제자리에 두어라” 잔소리 하기 바빴습니다. 약간 게을러지면서 장갑 준비를 하지 않자, 아이들은 하나 둘 맨손으로 흙을 만지더니 “샘, 흙이 진짜 부드러워요.”라고 말해요. 요즘 아이들이 흙을 한 번도 만져볼 일이 없었겠다 싶기도 하면서, 아이들의 그런 경험을 곁에서 지켜보니 참 좋더라구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면서 매주 보이는 식물의 생장, 자연의 다채로움, 날 것 그대로 살아있음을 아이들이 관찰하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서서히 느끼지 않을까요?
소비자로서만 사는 게 아닌, 생산자의 위치, 입장에 서 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시장에서 보는 완성품인 열매만 마주하는 것과, 그 작물의 씨앗, 싹, 꽃을 지켜본다는 것은 무척 다르지 않습니까? 올해는 처음 생강도 심어 봤는데요. 생강의 싹이 어떤 모양이고, 어떤 향이 나는지, 늦가을 아이들과 생강을 낑낑대며 뽑으며 맡은 향이 참 진했습니다.
처음에는 종을 쳐야 움직이는 내 모습에 대한 반성이었습니다. 땡치면 교실로 가는, 그 “종”에 의존적이고 종속적인 거죠. 코로나19로 줌으로 수업을 하는데, 종을 치지 않아도, 종이 없어도 아이들이 모두 수업에 맞추어 줌에 접속을 하는 겁니다. 6월에 등교 개학을 하고, “종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하며 교사회, 학생회에 제안을 했지요. 여러 토의 과정을 거쳐, 커다란 시계를 본관 현관 위에 설치하고, 곳곳에 보이는 시계를 두고는 지금 2024년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가끔 교사나 학생이나 잊을 때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시간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시간을 누리는 주체적인 존재가 되어 가는 거죠. 내 시간의 주인으로 말이죠.
Q. 내서중의 자랑거리, 학생 자치에 대하여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먼저 계셨던 선배님들이 참 대단하셨어요. 교복도 없애고, 학칙도 개정하면서 학생 인권이 존중받는 풍토가 이미 제가 오기 전부터 있었지요. 예전 학교들에서 주로 학생부장을 하면서 교문 앞에 서면 화장, 두발, 악세사리 등등을 지적하면서 아침을 시작했는데, 내서중에 와서는 그런 걸 지적할 필요가 없으니, 아이들 얼굴 표정을 살피게 됩니다. 피곤하진 않은지, 아침은 먹었는지, 몸은 어떤지...
‘학생 자치’를 말하자면, 작은 학교는 직접 민주주의, 큰 학교는 대의민주주의 체제로 가겠죠. 어느 것이 되었든 학생들이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실패할 것 같고, 엉성하고 어리숙해 보이더라도 “노NO”라고 하지 않는 겁니다. 뭐라도 되게끔, 아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 보도록 기다려주고 참아주는 겁니다. 하나를 해 내면, 그 다음에 또 하나를 해낼 겁니다. 아이들 스스로가 느끼죠. 자신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야 성장한다는 것을요.
학교에서 만나는 관계
Q. 아이들과 관계에서(수업이든, 학급안에서든) 아이들에게 가장 강조하시는 건 뭔가요? 좋은 관계를 통한 협력적인 배움!? 제가 수학을 담당하는데, 10여 년 전부터 <배움의 공동체> 방식으로 수업을 디자인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둠으로 앉아 모르는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좀 더 아는 아이가 설명해주는 방식이죠. “묻는 사람이 스승이다. 가르쳐주면서 두 번 배운다. 확실하게 배운다.”며 강조했더니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열띤 토론을 해 가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봅니다. 저는 곁에서 “잘한다, 잘한다”하는 역할이죠. 조력자, 촉진자의 자세로요.
Q. 학부모 관련 업무를 죽 맡으셨어요. 교사로서 학부모와 관계는 어때야 한다고 믿으시나요? 이 학교에서, 정말 너무나 훌륭한 학부모님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학부모회의 이름 자체가 보여주지요. <다내아이>! 학부모회는 하나의 자치조직이지요. 학기 초에 예산 범위를 알려드리고 한 해 예산에 맞추어 여러 행사를 함께 논의하고 기획하다 보면, 참 능력들이 대단합니다. 그 기획력에 늘 탄복하곤 합니다. 한 아이를 같이 기른다는 마음으로 진실되게 대화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불편하다면 한없이 불편할 수 있는 사이이지만, 불편해하지 않는 마음으로 학부모를 대하고자 애썼습니다. 꾸준히 학부모 독서모임에 참여한 것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Q. 같이 근무하는 동안 제가 도서관 담당이라 “우리 도서관에 ○○○ 책이 있느냐?” 물으시면 너무 기쁘게 책 찾으러 가곤 했습니다. 늘 책을 쥐고 계신 모습이 인상적이었지요. 학부모 독서모임, 내서중 교원 전문적 학습공동체 ‘홀더’에서 책 모임, 그리고 모든 아이들과 모든 교사가 함께 하는 비경쟁 독서토론 ‘낭송의 오후’ 한달에 최소 두세 권을 읽으시는데, 왜 책을 읽어야 할까요? 또 왜 함께 읽어야 할까요? 중학교 때는 도서부였는데 환상소설(SF)에 빠졌습니다. <해저 2만리> 등을 재미나게 읽었죠. 책을 잘 안 읽다가 대학에 가서 문해력을 높여야겠다는 필요를 느끼고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무협지부터 읽어가며 글자를 눈에 익히게 훈련했죠. 교사가 되고서는 아이들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고, 받아왔던 방식대로 매를 들어가며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교사와 학생 사이』(하임 G. 기너트 지음, 신홍민 옮김, 양철북, 2003)라는 책을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해 읽고는 2년 정도 지나 매를 완전히 거두었지요. 꾸준히 그래도 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 앞에서 좋은 말도 해주게 되고, 계속 읽으면서 쌓이는 감동, 느낌들이 축적됩니다. 교사로서 무척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읽는다는 건, 책을 읽는 목적도 있지만, 책을 매개체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거라 재미있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배경 환경, 지식, 의견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니까요. 제가 절대로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도, 누군가가 추천하면 읽어야 하니 교양의 폭이 넓어지고, 지평이 확대될 수밖에 없지요. 아이들과 함께 읽는 ‘낭송의 오후’ 자리에 같이 앉아 듣다 보면, 책을 자기 시선으로 읽어낸 아이들이 멋진 질문을 해 내는 것에 박수를 보낼 때가 많습니다. 재작년에 아이들이 『순례 주택』(유은실, 비룡소, 2021)을 읽고서 “멋진 어른이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구요, 작년에 <회색 인간>(김동식, 요다, 2017)을 함께 읽고 김동식 작가를 만나는 시간도 결국은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더군요.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임곤 선생님께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이 기획한 퇴임기념 토크 콘서트의 제목 <오색찬란: 함께여서 더 아름다웠던 우리>처럼, 내서중에서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고 기쁨이었습니다.
스스로 서고 함께 간다는 것의 의미
남수영(내서중학교 학부모)
지난 1월 3일 딸의 중학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한 명씩 이름이 불릴 때마다 한껏 멋을 낸 졸업생들이 레드카펫을 밟고 입장하면서 시작했습니다. 무대 위에 걸린 현수막도 학생들이 직접 만든 것은 물론이고 음향, 조명, 축하공연을 모두 학생들이 준비하였습니다. 이번 졸업식의 컨셉은 시상식이라고 합니다. 후배들이 한명 한명에 알맞은 상의 이름과 내용으로 시상도 하였습니다. 아마도 이 졸업식을 준비하기 위하여 2학년 학생들이 ‘졸업식 준비 위원회’를 구성하고 많은 회의를 했을 것입니다. 저희 딸도 작년에 졸준위 위원이었으니까요.
학부모들은 눈 앞의 내 자녀가 가장 소중하고 그래서 때로는 이기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통과 신뢰를 쌓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다닌 지난 3년 중 많은 시간은 코로나19로 대면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도시의 큰 학교만큼은 아니라도 시골의 작은 학교도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기 어려웠습니다. 아이가 입학하기 전 소문으로 듣고 기대했던 내서중학교 학부모회의 활동도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내 아이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볼 수 있도록 해 준 것은 내서중학교 학부모회가 ‘다내아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가진 것도 한 몫합니다. 그 이름을 만든 선배 학부모들의 뜻을 생각하며, 아이들의 한 발짝 뒤에서 너그럽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이웃이자 동료로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줍니다.
아이가 다니는 내서중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대안학교인지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서중학교는 공무원 신분인 교사들이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의 수업을 하고, 규정에 맞게 평가도 하는 시골의 공립중학교입니다. 10여 년 전 폐교를 앞 둔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조금 특별한 교육과정을 하기로 결정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보완을 해 나가며 학생자치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게 되었습니다. 긴 시간동안 학생, 교사, 학부모 등 모든 구성원이 바뀌었지만 그 가치는 계속 지켰습니다. 학생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공부와 평가에 임하면서도 학생 자치 활동까지 하려니 아이는 늘 바빠 보였지만 항상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 내 의견을 모두의 앞에서 말하는 것,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법,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수긍하는 법에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입학할 때도 그 당시 2학년들로 구성된 ‘입학식 준비위원회’가 준비한 입학식을 했습니다. 선배들이 한 명씩 입학생 손을 잡고 에스코트하여 입학식장에 입장하였고, 입학생 부모님이 아이와 함께 무대에 올라가 전교생에게 아이를 소개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모두에게 환영받고 소중한 일원으로 들어간 학교에서 그 다음 해의 입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하였고 선배들의 졸업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떠나가는 이를 잘 보내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이제 3년을 보낸 중학교를 떠나고 친구들과도 헤어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19명의 졸업생은 10개 학교로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내서중학교 교훈처럼 스스로 설 수 있게 된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진로에 따라 각자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합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기로 결정하여 입시라는 전쟁터를 눈앞에 둔 딸을 보면 벌써부터 안쓰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내서중학교에서 단단해진 내면을 믿기에 앞으로의 삶을 크게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스키를 배울 때 넘어지는 법을 먼저 배우고, 무술을 배울 때도 낙법을 먼저 배우듯이 우리 아이는 내서중학교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 보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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