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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만나기> 시험 국민의 탄생

참교육 학부모신문 | 기사입력 2024/06/05 [09:03]

미디어와 만나기> 시험 국민의 탄생

참교육 학부모신문 | 입력 : 2024/06/05 [09:03]

시험 국민의 탄생

 

▲ 이경숙, 『시험 국민의 탄생』, 푸른역사, 2017.


참으로 속이 시원한 책을 만났다. 『시험 국민의 탄생』은 시험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 시험이 인생을 결정하는 대한민국의 지금은 고려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고려 시대에 실시한 과거제는 훌륭한 통치 수단이었다. 

 

과거라는 시험으로 인재를 선발한다면 강제 사항이 아니어도 수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시험에 응시하게 된다. 강제가 아니라 개방성과 자발성을 바탕으로 국가 이데올로기를 쉽게 전파한 것이다. ‘늙어 죽을 때까지 다음이라는 희망을 갖고 자발적으로 과거에 얽매이게 만드는’ 통치 방식이 바로 시험이었던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도 학교 입학과 사회 진출의 입구를 시험으로 통제함으로써 국가가 원하는 능력 개념이 작동하게 만들고 있다.

 

진입 장벽으로서 시험은 시험을 통과한 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한다. 합격자들에게 주어진 특권과 차별은 서열주의를 더욱 튼튼하게 만든다. 서열주의는 시험 성적이 능력을 대변한다는 능력주의가 바탕을 이룬다. 시험을 통과한 자들은 자신이 어렵게 얻은 서열에 집착과 강박을 보인다. 

 

요즘 젊은이들은 비정규직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시험도 안 치고 들어와서 정당한 대가를 달라는 주장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통해 들어왔는데, 저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새치기하는 짓이라 생각한다. 노동에 대한 임금이 아니라 그 노동에 접근하기 위해 거쳤던 치열한 경쟁에 대한 보상으로 임금을 인식하고 있다. 

 

시험을 통해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도 언젠가 저 자리에 갈 수 있다거나 혹은 자식만은 저 자리에 올라가게 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 

 

고시생들은 사회적 지위를 시험을 통해 획득하려는 최전선에 있다. 그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시험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 시험에 최적화된 삶의 기본은 먼저 모든 관계 있는 것들과 관계 단절이요, 다음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합격할 것이라는 무한 긍정의 정신이다. 그 외에는 어떤 것도 불필요하다. 사회 문제도, 가족 간의 문제도 모두 시험에 방해 요소일 뿐이다. 이런 것에 철저한 사람이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자격증을 따고, 변호사, 검사가 되고, 공무원이 되고, 학교 교사가 된다. 이들이 시험 보는 능력이 과연 그 일을 하는데 필요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시험 국민의 탄생』은 우리에게 시험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근본 질문을 던진다. 서열을 만들어내기 위한 객관성과 공정성, 그리고 변별력만을 위한 시험이 지금의 교육을 망가뜨리고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책은 시험이 고도화된 지금 정작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할 때가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해방적 평가와 평등사회’라는 장에서 표현한 글쓴이 말로 마무리한다. 

 

“평가는 누구나의 것이며 누구나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정하다. 그러나 평가가 권력화되면 평가는 사회와 인간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모든 인간에게 편재하는 평가가 아니라, 권력자들의 독점물이 된 평가 앞에서 피평가자는 구속받는 존재가 되고, 마침내 독립적이고 창조적인 인간 정신을 파괴당한다. 인간의 지적 해방을 위해서는 정신적 노예를 기르는 평가체제를 거부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들이 독립적 개인으로 평가할 수 있고 평가받을 권한을 갖고 평가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타인의 성장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송민수(거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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