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의 학부모들과 특별한 하루
짧게 여담을 풀자면 이제까지 공공기관 어디든지 담당자를 직접 찾아가서 우리 단체를 알리고 다녔는데 처음으로 교육청에서 참학을 찾고 무엇보다 참학에 대한 이해가 어쩌면 지회장인 나보다 더 깊었던 분, 당시엔 서산교육청 교육과장이었고 현재는 청양교육장이다. 짧은 인연이 늘 아쉬워서 더욱 반가웠던 교육장님의 안부인사는 간단했지만 진지하게 용건을 전달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던 것이 충남의 수많은 인재들을 놔두고 직접 내게 학부모 강의를 요청하셨다는 것이다.
한참 서이초 사건이 발생하고 교권회복을 주장하는 교사들과 악성 민원인으로 내동댕이치듯 몰리는 학부모들 사이 입장 차이를 안타까워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서산에서 청양으로 발령이 확정되어 1주일도 남지 않은 시간 안에 비공식적인 간담회 자리를 만들어준 분이 아닌가! 그렇다면 뭘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 싶었고 분명 학부모들과 만나는 자리에 참학이 당연히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학부모 강의를 왠지 내가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생각으로 무조건 해야만 했으나 밀려오는 두려움은 땅이 꺼질 듯한 한숨만 내쉬게 되면서 제대로 잔인한 4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늘은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반드시 있듯 참학의 천군만마 일당백인 본부 회장님께 긴급 도움을 요청하니 시작도 안했는데 잘했다고 칭찬부터 해줬다. 또한 우리 지회의 든든한 심주호 정책국장의 화수분 같은 서고에서 학부모와 관련된 새 책을 들고나와 바로 정독부터 하기 시작했다.
자생적이고 능동적으로 활동 가능한 학부모회가 되기 위해서 무엇부터 하면 가장 좋을지에 중점을 두고 지금 각 학교들의 학부모회 구성부터 조직활동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우리 지역에서 지난 2년정도의 행보를 각 학교 학부모회장들과 임원들에게서 사례들을 듣고 수집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내용들을 듣고 향후 학부모 사업에 관련한 일을 함께 협력하여 추진하자는 의미로 지속적인 소통을 시작하는 계기도 마련하는 등 뭔가 일이 잘 풀리는 기분이다.
강의하기 전에 잘 정리된 준비와 내용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당연한 건데 이번처럼 여러 번 반복 연습을 하고 많은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굳은 결의를 다지면서 마치 신입사원처럼 사회 초년생의 자세였던 것 같다.
드디어 강의 당일 날, 1부 일정이 생각보다 빨리 마치게 되었다고 담당 주무관은 다급해졌지만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하면서 날씨가 좋지 않아서 그냥 일찍 출발했던 터라 때마침 도착한 나는 강의시간을 넉넉히 확보해서 좋았고 청양교육청은 공백 없는 당일 일정을 진행할 수 있던 안성맞춤인 순간이었다.
가방을 내려놓으면서부터 시작한 인사에서 나는 AI보다 더 또박또박 사단법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를 두 번 반복해서 단체명을 전달하고 마치 국기에 대한 맹세라도 하듯 비장하게 틀리지 않으려는 각오로 강의를 시작했다.
청양의 각 학교 학부모회장들도 나만큼 긴장했는지 한 분 한 분 눈맞춤에 어색해하고 그랬지만 바로 열심히 듣고 적고 카메라로 찍고 정말로 초 집중하면서 중간중간 탄식도 하고 자신들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안타까워하는 반응과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을 잡아가는 태도에서 강의하는 내 쪽에서는 더욱 책임감을 갖고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대로 빠트리지 않기 위해서 집중했다.
이때가 강의시간보다 내게는 굉장히 긴장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내 전교생 학생 보호자에게 학부모회의 활동 운영 계획과 관련해서 내용을 전달하고 동의서를 받아 대화를 시도한다고 하셔서 적극 권장해드렸고 이 부분이 잘 해결되길 바라며 인사하고 짧게 청양교육청에도 전달해드렸다.
청양군의 경우는 학부모회 활동이 아주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진 않다고 했지만 강의에 참석한 그분들은 내용과 방향을 제대로 잡으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활동 그 이상을 해낼 아주 열정이 가득했었고 강의 내용을 전자주소를 보내주신 분들께 짧은 글과 함께 모두 보내드렸다.
강의를 마치고 처음보다 더 반겨주는 박수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야말로 절경 그 자체였다. 집중호우처럼 내리던 비와 먹구름으로 까맣고 흐렸던 아침과 대조적으로 깨끗한 하늘아래 맑고 환하고 뜨거운 햇볕이 주변의 경치를 여유있게 만끽할 수 있는 호사도 누리게 해주었다.
거의 한달을 학부모 강의에 집중하면서 잘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살짝 긴장한 채 예민하게 지냈는데 그러면서 시험 공부하듯 지내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그리고 알아가며 이해하고 안되는 건 암기하면서 몽땅 전달하고 나니 너무도 된 하루였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사실은 그런 시간을 보내고 보니 나부터 학부모회를 이끌고 바르게 방향을 잡아서 정진하려고 성장해 있는 게 아닌가!!! 중국 속담에 적당한 긴장은 당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그랬다. 딱, 내가 이번에 그 속담을 경험한 기분이다. 시작을 했으니 이제 모든 학교의 학부모회 운영이 제대로 구성되어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마지막까지 해놔야지 싶다. 일단은 청양에서 나의 특별한 하루 끝~ <저작권자 ⓒ 참교육 학부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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