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동체 회복을 위한 대화모임 운영 매뉴얼
Ⅰ. 대화모임 준비 1. 대화모임의 필요성과 목적 2. 대화모임 준비
Ⅱ. 대화모임 진행 1. 진행자 역할 2. 프로세스의 이해 3. 공동체 대화모임 진행 과정 4. 공동체 대화모임 진행 시나리오
Ⅲ. 교육 3주체 이야기 1. 학생 이야기 2. 교사 이야기 3. 학부모 이야기
I. 대화모임 소개
1. 대화모임의 필요성과 목적
1) 공동체 대화모임의 필요성 ① 교육 주체별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시민과 교육주체 모두 교육 고통에 직면하고 있다는 현실에서는 동일한 입장입니다. ② 교육 주체 간의 갈등과 분열을 예방하고, 공교육 회복을 견인하기 위해서 강한 연대를 이어가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있습니다. ③ 교육공동체의 고통에 대한 교육적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다각적, 공동체적, 창의적 대안이 필요하며, 이 대안은 대화를 통해 가능합니다.
2) 공동체 대화모임의 목적 ① 우리는 교육 주체별 다각적 입장을 이해하고 고통에 공감합니다. ② 우리는 교육 3주체가 동의하는 공동의 기반을 마련합니다. ③ 우리는 동의한 가치에 기반한 실천과 다양한 정책 대안을 탐색합니다. ④ 우리는 분열을 예방하고 변화를 위해 연대합니다.
3) 공동체 대화모임 매뉴얼 안내 ① 본 매뉴얼은 공동체 대화를 준비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자료입니다. ② 본 매뉴얼은 공동체 대화의 목적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원리와 방법을 담고 있으며 목적에 동의하는 개인과 단체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③ 본 매뉴얼은 좋은교사운동,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청소년 인권모임 내다, 평화 비추는 숲, 회복적 정의 평화배움 연구소 에듀피스 공동의 노력으로 만들었습니다.
2. 대화모임의 준비
1) 공간의 구성
① 서클 구성 ▷ 대화모임을 위해서는 참여한 구성원 전체가 책상이나 기타 물건 없이 개방된 공간에서 원형으로 둘러 앉는 것이 가능해야 합니다. ▷ 서클의 목적은 모두가 안전한 소통과 공감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참여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면 좋습니다.
② 센터피스 ▷ 센터피스는 서클의 중앙장식으로 다양한 형태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꽃이나 초, 천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센터피스는 낯선 공간과 사람들에 대한 긴장을 줄이고 서로에 대한 환대와 존중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면 되며 정해진 형태와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2) 준비물 목록 ▷ 싱잉볼 또는 차임 ▷ 3M 이젤패드 559 (그룹당 1개) ▷ 3M 이젤 스탠드 550 (그룹당 1개 추전) ▷ 3색 매직세트 (그룹당 1개 - 검정, 빨강, 파랑) ▷ 포스트잇 (3가지 색상 - 76mm * 76mm 이상) ▷ 여분의 A4용지 ▷ 투명 테이프 ▷ 검정색 네임펜 10개 이상 ▷ 볼펜 30개 이상 ▷ 색상지(A4 세로로 접어서 절단한 형태) 30매 이상
3) 참여자 초대
① 참여자 구성 ▷ 공동체 대화모임에 참여자를 구성할 때는 교사, 학생, 학부모 3주체가 동일한 비율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 안전한 대화와 더불어 다양한 목소리가 온전히 들려지도록 하기 위해서 특정 주체가 아니라 모든 교육 주체의 균형있는 참여가 필요합니다. ▷ 만약 동일한 비율의 참여자 구성이 어렵다면 각 모둠별로 주체별로 1인 이상이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에 조율합니다. ▷ 안전하고 원활한 대화모임을 위해 30여 명 인원을 권합니다.
② 참여자 모집 ▷ 참여자 모집은 공동체 대화모임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모집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진행할 경우 학교 내 교사, 학부모, 학생의 참여로 대화모임이 가능하며 지역에서 진행할 경우 교육청과 학교, 학부모회의 협력으로 참여자를 모집합니다. ▷ 참여자 모집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 아래 기관으로 연락 주시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좋은교사운동 02-876-4078 / goodteacher100@hanmail.net -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02-393-8900 / hakbumo3101@gmail.com - 청소년 인권모임 내다 070-4507-2223 / info@crsnaeda.kr - 평화 비추는 숲 070-4222-0557 /forestoflight21@gmail.com - 회복적 정의 평화배움 연구소 에듀피스 1644-8328 / admin@edupeace.net
③ 참여자 초대 ▷ 공동체 대화모임은 교육공동체 회복에 관심이 있는 교육 주체 개인의 자발적인 초대와 참여를 통해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 공동체 대화모임은 특정 기관이나 정당, 단체의 정책을 홍보하거나 주장하는 자리가 아닌 만큼 자발적 의지를 가진 개인의 참여를 원칙으로 참가자 모집과 초대를 진행합니다. ▷ 공동체 대화는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기보다는 소통을 위한 대화의 자리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교육 주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에 동의할 수 있는 참가자를 초대합니다.
II. 대화모임 진행
1. 진행자 역할
1) 안전한 공간 만들기 참여자들이 정직하고 진솔하게 말하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안전한 공간을 창출하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2) 정직하고 열린 질문하기 탐색할 과제를 위해 준비한 질문과 주제를 던짐으로써 참여자들의 성찰을 이끌어 내며, 공동의 탐색 공간을 지속적으로 관리합니다.
3) 동등한 참여를 통해 다양한 관점과 새로운 통찰의 기회 제공하기 참여자의 다양한 목소리가 들려지도록 합니다. 참여자의 관점에서 비롯된 의미를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의 기반과 다름의 의미를 더 명료하게 이해하도록 합니다. 이를 위해 설득하거나 조언, 충고하지 않고 열린 생각과 열린 마음으로 듣고 말하는 서클의 규칙이 유지되도록 합니다.
4) 참여자 모두의 공동 복지를 돌보기 참여자들의 요구나 관심사를 유념하면서 지원해야 할 것들을 살피고 준비합니다.
5) 참여자의 한 사람으로 자신의 성찰 나누기 진행자 역할과 함께 참여자로서 자신의 성찰을 나눕니다.
2. 프로세스의 이해
1) U 프로세스 이해
① U프로세스 의미 오토 샤머가 창안한 presensing을 구현하기 위한 대화 프로세스입니다. presensing이란 presence(현재)와 sencing(느끼기)을 합친 말로, ‘미래의 가장 큰 가능성을 감지하고 현실화하는 것, 즉 출현하기를 원하는 미래의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U프로세스는 과거 집단의 습관적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들을 멈추고 ‘자기 중심(ego)의 의식’을 넘어 ‘전체 중심(eco)의 의식’으로 전환하고자 기획된 사회적 기술입니다.
② U 프로세스의 과정 U 프로세스의 경로는 ‘내려가기 → 바닥에 머물기 → 올라가기’로 알파벳 U자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각 경로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내려가기 : ‘관찰하고 또 관찰하라.’ 습관적인 다운로딩을 멈추고 잠재력이 가장 큰 곳, 그리고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곳에 완전히 몰입하기. ▷ 바닥에 머물기 : ‘반복해서 깊이 생각하면서 내적 깨 달음이 찾아들게 하라.’ 조용한 곳으로 가 깨달음이 찾아들게 하기. ▷ 올라가기 : ‘즉시 행동하라.’ 행동하면서 미래를 탐색하기.
교육 3주체 공동체 대화는 U 프로세스의 내려가기 단계에서 참여자들의 다각적인 입장을 열린 생각과 마음으로 듣는 과정으로, 바닥에 머물기 단계에서는 역할을 벗어나서 본질에 머물고 가치에 머무는 “입장을 넘어 존재로 만나기”로, 올라가기 단계는 ‘열린 틈새를 확인하고 공동의 기반 마련하기’로 구성하였습니다.
2) 서클 프로세스
① 서클의 의미 케이 프라니스는 ‘서클은 자기 자신과 타인을 ‘환대’함으로써 참여자들이 모두 연결되도록 돕는 구조화된 대화방식이다.’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서클은 참여자들이 둥글게 둘러앉아 서로 다른 다양한 목소리가 동등하게 들려지는 안전한 대화공간이며, 대화 과정을 통해 함께 느끼고, 함께 생각하고, 함께 삶의 실천을 탐색하는, 성찰 중심의 집단지성 프로세스입니다.
② 서클의 과정 안전한 대화공간인 서클은 일련의 절차들에 의해 진행되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간 열기(환영 인사, 침묵, 여는 글) → 체크 인(자기 소개와 안부 나눔) → 서클의 규칙 안내와 동의 → 주제 활동 (소그룹 나눔, 전체 나눔) → 체크 아웃(배움 확인) → 공간 닫기(닫는 글)’
③ 나무 워크숍의 목적 공동체 대화모임은 나무를 은유로 참가자들의 생각을 모으고, 구조화해서 3주체가 생각하는 학교의 모습을 탐색하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나무가 가지고 있는 뿌리와 줄기, 가지, 열매 등 다양한 요소들을 지금의 현실과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빗대어 교육공동체 주체로서 상상하고 기대하는 학교의 모습을 탐색해 나갈 것입니다.
3. 공동체 대화모임 진행 과정 (모두 5시간)
소요시간 : 40분 주제 : 공간 열기 준비물 : 센터피스 시(詩)
진행 과정
<공간열기> - 환영과 침묵 - 초대의 시 : 박노해, ‘길잃은 날의 지혜’
<체크 인> - 단체 소개 - 참석자 소개 : 이름+소속+참여동기‧기대
<안전한 공간을 위한 약속> - 마음을 열고 깊이 듣기 - 나 전달법으로 솔직하게 표현하기 - 다름을 인정하고 위로나 조언을 하지 않기 - 높임말 사용하기 - 사적인 것을 보호 존중하기 위해 비밀을 지키기 - 시간을 동등하게 함께 사용하기 - 자신을 스스로 잘 돌보기
소요시간 : 70분 주제 : 고통에 공감하기(함께 느끼기) 준비물 : 소그룹 별 진행자 참여. 전지, 매직
진행 과정
<이야기 손님> : 다각적 입장과 함께 느끼기 1. 학생 이야기 2. 교사 이야기 3. 학부모 이야기
<소그룹활동 1> 1. 교육 3주체가 고루 편성되도록 그룹별 5~6명 구성 2. 소그룹의 안전한 대화를 지원하기 위해 미리 소그룹 진행자를 선정하여 배치. 3. 전지에 나무를 그림. Q1. ‘이야기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느낌, 어떤 생각이 드나요? Q2. 각자 교육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4.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소그룹에서 나눔 5. 교육 고통의 원인이 되는 요소를 포스트잇에 기록하고 ‘교육공동체 나무‘의 땅 부분에 붙임.
소요시간 : 10분 주제 : 공동체 연결하기 준비물 : A4, 펜
진행 과정
전체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 둘 중에 나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Q1. 나의 소울 푸드는? Q2. 나의 힐링 포인트는?
소요시간 : 30분 주제 : 공동체 연결하기 준비물 : 시(詩)
진행 과정
- 여는 시 읽기 루이스 칸, ‘학교는 어느 나무 아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Q. 다가오는 단어나 문장이 있나요? 어떤 의미, 생각 또는 경험이 떠오르시나요?
<소그룹활동 2>
Q1. 학생, 교사, 학부모라는 역할을 내려놓고, 당신에게 배움은 어떤 의미(가치)인가요? Q2. ‘배움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당신의 책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질문에 대한 성찰을 그룹에서 나눔
소요시간 : 30분 주제 : 열린 틈새 확인하기 준비물 : 시(詩)
진행 과정
<소그룹활동 3>
Q1. 어두운 교육 현실 속에서도 우리 안에 이루어지고 있는 작은 노력과 시도들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경험하고 있는 작은 변화, 작은 희망, 작은 진보는 무엇입니까?
- 질문에 대해 성찰하고 나눔
소요시간 : 60분 주제 : 공동의 기반 마련하기
진행 과정
<소그룹활동 4> - 긍정적 가치와 목표 탐색하기
Q1. 눈을 감고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학교 중에서 가장 안전하고 평화로웠던 학교를 떠올려 보세요.
Q2. 상상해 보겠습니다.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후의 미래 세계에 갔다고 상상해 주세요. 그리고 그곳에는 내가 꿈꿔왔던 가장 이상적인 학교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 학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Q3. 꿈꿔온 이상적인 학교를 지금의 현실 속에서 만들어보고자 할 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할까요?
<소그룹활동 5> - 회복적 교육공동체 나무 완성하기 1. 뿌리 : 회복된 교육 공동체를 위한 핵심 가치 2. 줄기 ; 회복된 교육 공동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 3. 열매 : 미래에 성취된 회복된 교육 공동체의 모습
<소그룹 활동 6> - 핵심 가치 3개 찾기
<소그룹 활동 7> - 공동의 기반 정리하기 소그룹별 선정된 핵심 가치를 모아서 공동의 기반을 위한 약속과 다짐을 문장으로 완성하기 예시) “~한 교육공동체”
소요시간 : 60분 주제 : 체크 아웃과 공간닫기 준비물 : 색상지(A4 반절 종이 카드)
진행 과정 - “나는 ~하기를 선택합니다.” 공동 창작시 만들기 - 소감과 “나는 ~을 선택합니다.” 문장을 읽고 서클 중심에 놓기
공동체 대화모임 진행과정 영상
4. 공동체 대화모임 진행 시나리오
공간 열기
[환영인사]
안녕하세요. ‘교육 회복을 위한 공동체 대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분주하신 일정을 내려놓고 먼 길을 한달음으로 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오시느라 가빠진 숨을 차분하게 하고, 대화모임에 우리의 몸과 마음이 온전히 머물 수 있도록 잠시 침묵하겠습니다. 숨을 쉴 때는 몸의 긴장을 풀고, 들숨은 깊게 하신 뒤에 천천히 날숨을 내쉽니다.
[초대하는 시]
박노해, 「길잃은 날의 지혜」 읽기
오늘 우리는 교육의 회복을 갈망하는 마음으로 모였습니다. 안타깝게도 교육은 길을 잃고 우리의 바람과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박노해의 시처럼, 잃어버린 교육의 길을 찾기 위해서 ‘작은 진실, 작은 물길’을 살피고, 교육의 토양과 교육의 뿌리를 살피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교육 3주체 공동체 대화에서는 ‘교육 3주체의 다각적인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도 자기 중심적 의식을 넘어 전체 중심의 의식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교육 3주체가 동의하는 공동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오늘 만들어지는 [공동의 기반]을 가지고 교육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과 창의적 정책대안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체크 인 : 소개와 인사]
- 단체소개 오늘 이 자리는 ‘좋은교사운동,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청소년 인권모임 내다, 평화 비추는 숲, 회복적 정의 평화배움 연구소 에듀피스’ 다섯 개 단체가 협력하여 주관하고 있습니다.
- 참여자 소개 오신 분들을 한 분 한 분 소개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름과 소속, 그리고 오늘 공동체 대화모임의 참여 동기나 기대를 말씀해 주세요. 토킹 피스를 사용하여 돌아가며 동등하게 말하기를 하려고 합니다. 토킹 피스를 가진 분의 이야기를 마음을 열고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안전한 공간을 위한 대화모임 규칙 안내와 동의 과정]
논쟁이나 토론이 대립적이라면, 대화는 마음을 열고 서로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상호 협력적인 의사소통입니다. 대화의 의미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과 열린 생각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안전한 공간을 형성하기 위한 약속’이 필요합니다. ‘안전한 공간을 위한 약속’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전한 공간을 위한 약속>
1. 마음을 열고 깊이 듣기 습관적인 평가와 판단을 멈추고 상대의 말을 온전히 들어주십시오.
2. 나 전달법으로 솔직하게 표현하기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공개할 수 있는 만큼 솔직하게 나 전달법으로 표현해 주십시오.
3. 다름을 인정하기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위로나 조언을 하지 않습니다.
4. 높임말 사용하기 학생, 교사, 학부모의 역할과 나이를 넘어서 존재로 연결되기 위해 모두에게 동일한 높임말을 사용해 주십시오.
5. 사적인 것을 보호하고 존중하기 여기에서 나눈 사적인 이야기는 주인의 동의 없이 공유되지 않도록 유의해 주십시오.
6. 시간을 동등하게 함께 사용하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모두의 목소리가 들려지기를 바랍니다. 모두가 동등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나의 이야기를 정해진 시간 안에 표현해 주십시오.
7. 자신을 스스로 잘 돌보기 대화모임 과정에서 몸과 마음을 잘 살피고, 자신과 공동체를 돌보기 위해 부탁이나 제안이 있으시면 진행자와 공동체에 요청해 주십시오. 물이 필요하실 때 또는 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때 언제든 조용히 다녀오십시오.
안전한 공간을 위해서 약속에 동의하시나요? 이 외에 다른 제안이 있으신가요? 그러면 <안전한 공간을 위한 약속>을 품고 대화모임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고통에 공감하기
[다각적 입장을 공감하며 듣기]
교육 3주체 공동체 대화모임을 위해 학생, 교사, 학부모 세 분의 이야기 손님을 초대하였습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의 입장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모두가 지금의 교육 고통에 직면하고 있다는 현실에서는 동일한 입장에 있기도 합니다. 교육교통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대결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입장을 경청하고 공감하면서 협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이제 교육 3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 이야기 손님 각각의 입장에서 경험하고 있는 교육의 어려움(고통)에 대해 듣고자 합니다. 용기 있게 이야기 손님으로 와주신 세 분께 감사드리며, 참석하신 모든 분들은 마음을 열고 경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① 학생 이야기 ② 교사 이야기 ③ 학부모 이야기
다시 한번 이야기를 들려주신 세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세 분의 이야기를 듣고 어떠셨나요? 간단한 소감이나 느낀 점을 말씀해 주실 분의 목소리를 초대합니다. (청중 1~2명을 초대해서 소감 듣기) 소감을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소그룹을 만들어 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소그룹활동 1>
① 교육 3주체가 고루 편성되도록 그룹별로 5~6명 구성한다.
② 소그룹의 안전한 대화를 지원하기 위해 미리 소그룹 진행자를 선정하여 배치한다. Q1. ‘이야기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느낌, 어떤 생각이 드나요? Q2. 각자 교육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③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소그룹에서 나눈다.
공동체 연결하기
[둘 중에 나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각자의 이해를 넘어서 서로가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놀이를 통해 유쾌하게 경험하는 시간입니다. 잠시 몸을 움직여 보겠습니다. 놀이는 “둘 중에 나의 진실은 무엇일까요?”입니다. ① ‘A4 1장 + 펜 1개’씩 배부 ② 첫번째 빈칸에 자신의 이름 적기 ③ 두 번째 칸에 “나의 소울푸드는?” 질문에 대한 답변 두 가지 적기, 하나는 나의 진실, 다른 하나는 나의 진실이 아닌 것 ④ 세 번째 칸에 “나의 힐링 포인트는?” 질문에 대한 두 가지 답변 적기, 하나는 나의 진실, 다른 하나는 나의 진실이 아닌 것 ⑤ 작성을 마치면,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 서로 인사 나누고 문제를 내고 맞춘다. 정답을 맞춘 사람의 이름 칸에 맞춘 갯수만큼 별표를 그려준다. ⑥ 10분 정도 활동 후에 모두 자리에 앉아서 받은 별표를 세어보고, 활동의 소감을 간단히 나눈다.
입장을 넘어 존재로 만나기
시 한편을 읽겠습니다. 루이스 칸의 「학교는 어느 나무 아래에서 시작되었습니다.」라는 시입니다.
- 시 읽기
루이스 칸은 ‘건물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탐색했던 건축가입니다. 그가 발견한 학교의 구성원은, 시에서처럼 처음부터 교사와 학생이라는 역할로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배움과 깨달음의 기쁨을 나누고자 하는 갈망과 소망을 가진 사람들의 기대와 동의에서부터 학교는 시작되었습니다.
함께 배움을 나누기 위해 건물을 지었고, 자연스럽게 교사와 학생, 학부모라는 역할이 생겼으며, 배우고자 하는 교과목과 공동체 규칙들이 만들어지고, 배움을 지원하기 위한 많은 행정 절차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지금 학교를 바라보면 간절했던 교육의 소망과 의미는 희미해지고, 외형적인 건물과 행정들만 남아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학교를 시작할 때 우리가 진정으로 바랐던 것은, “깨달음과 배움의 가치”, 그리고 “깨달음과 배움의 가치를 나누기로 동의 한 공동체” 그 자체였습니다.
이번 시간은 ‘역할과 입장을 넘어 존재로 만나기’ 시간입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잠시 침묵에 머물며 생각하는 시간(2~3분 정도)을 갖고, 소그룹에서 자기 이야기를 나눠 주시기 바랍니다. 소그룹에서 모든 분들의 목소리가 들려질 수 있도록 동등하게 시간을 안배해서 사용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소그룹 활동 2>
Q1. 학생, 교사, 학부모라는 역할을 내려놓고, 당신에게 배움은 어떤 의미인가요? (핵심 가치 나누기)
Q2. ‘배움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당신의 책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잠시 질문에 머물며 성찰한 뒤에, 소그룹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전체 나눔>
소그룹 활동을 통해 새롭게 발견된 것이 있나요? 이야기를 나눠주실 몇 분 초대합니다. 전체에서 이야기를 나눠주실 때는 소그룹에서 나눠주신 다른 구성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성찰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열린 틈새 확인하기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킹은 “어둠으로 어둠을 몰아낼 수 없습니다. 오직 빛으로만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교육계가 어렵고 힘들지만,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작은 노력과 변화들이 있습니다. 빛으로만 어둠을 몰아낼 수 있듯이, 우리가 시도하고 있는 작은 노력과 변화들이 교육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은 ‘열린 틈새를 확인하기’ 시간으로, 어둠 속에서도 발견되는 작은 변화와 빛의 경험을 나눠 보겠습니다.
<소그룹 활동 3>
Q. 어두운 교육 상황에서도 우리 안에 이루어지고 있는 작은 노력과 시도들은 무엇입니까? 힘든 여정 속에서도 발견되는 희망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경험하고 있는 작은 변화와 진보는 무엇입니까? - 잠시 질문에 머물며 성찰한 뒤에, 소그룹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공동의 기반 마련하기
이 시간은 우리가 찾은 작은 진보와 변화를 바탕으로 회복된 교육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의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교육 공동체로서 3주체가 세워가기 원하는 학교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각자가 꿈꾸고 지향하는 학교의 모습을 함께 탐색하고자 합니다.
<소그룹활동 4- 긍정적 가치와 목표 탐색하기>
Q. 눈을 감고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학교 중에서 가장 안전하고 평화로웠던 학교를 떠올려 보세요.(돌아가면서 경험을 나눠 주세요.)
Q. 상상해 보겠습니다.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뒤 미래 세계에 갔다고 상상해 주세요. 그리고 그곳에는 내가 꿈꿔왔던 가장 이상적인 학교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 학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돌아가면서 학교의 모습을 나눠주세요.)
Q.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내가 상상하고 꿈꿔온 이상적인 학교를 지금의 현실 속에서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이러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할까요?(돌아가면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를 나눠 주세요.)
<소그룹활동 5 - 회복된 교육 공동체 나무 완성하기>
함께 상상하고 이야기 나누었던 공동의 생각과 지혜를 모아서 회복된 교육 공동체 나무를 완성해 보겠습니다. 교육 공동체가 온전히 회복되기 위해서 필요한 가치와 실천, 그리고 이것이 이루어졌을 때의 모습을 그려주세요.(나눠드린 안내문을 참고해 주세요.) 1. 뿌리 –회복된 교육 공동체를 위한 핵심 가치 2. 줄기 – 회복된 교육 공동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 3. 열매 – 미래에 성취된 회복된 교육 공동체의 모습
<소그룹 활동 6 - 핵심 가치 3개 찾기>
회복된 교육 공동체를 위해 우리가 찾고 지켜가야 할 핵심 가치를 함께 찾았습니다. 회복된 교육 공동체 나무를 함께 살펴봐 주세요. 나무를 잘 가꾸고 지켜가기 위해서는 뿌리가 되는 핵심 가치를 튼튼히 해야 합니다. 소그룹 구성원들이 논의를 통해 여러 개의 핵심 가치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핵심 가치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핵심 가치들 중에서 3개를 선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수결보다는 협의를 통해 모두 가 동의하는 3개를 적어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2. 각 소그룹은 자신들의 회복된 교육 공동체 나무의 핵심 가치를 명확히 이해하고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해 주세요. 역할을 가장 충실히 할 수 있는 사람을 대표로 선정해 주세요.
3. 각 소그룹의 대표는 3개의 핵심 가치를 가지고 이젤 스탠드와 진행자가 있는 곳으로 모여주세요.
<소그룹 활동 7 - 공동의 기반 정리하기>
지금부터는 각 소그룹별로 모임 대표들과 진행자가 핵심 가치들을 토대로 공동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약속과 다짐을 문장으로 완성합니다.
공간 닫기
오랜 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교육 공동체 회복을 위한 대화모임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먼저 함께 정리한 [교육공동체 공동의 기반]을 위한 다짐을 함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읽음)
오늘의 공동체 대화를 돌아보며 각자의 다짐을 적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앞에 보이는 센터피스에 색지와 컬러펜이 있습니다. 색지에 교육 공동체 회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을 다음과 같은 다짐으로 적겠습니다.
[나는 ( ) 선택합니다.] 이렇게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우리 스스로가 교육의 주체로서 교육 공동체 회복에 어떤 노력과 실천을 할 것인지 생각하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교사, 학부모, 학생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이 자리에 모여 대화를 통해 우리 안의 고통과 상처를 직면함과 더불어 미래의 희망과 가능성을 함께 탐색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내면 깊은 곳에서 바라는 공 동체의 회복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실천과 다짐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각자 자신의 문장[나는 ( )을 선택합니다.]과 소감을 나눈 뒤 종이카드는 센터피스에 놓아 주시기 바랍니다.
(서클 나눔 – 돌아가면서 문장과 소감을 나눕니다.)
오늘 공동체 대화가 상호 존중과 이해 속에서 만들어 가는 교육 공동체 회복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중요한 출발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돌아가세요.
III. 교육 3주체 이야기
이야기 손님 1 – 학생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 인권 활동을 하는 고등학생 ○○입니다. 저는 살면서 학교를 다섯 번 정도 옮겼습니다. 교급이 달라져서 옮긴 걸 제외해도 다섯 번입니다. 굉장히 많은 지역, 학교, 교육체제의 교사, 양육자, 학생들을 봅니다. 또 인권 활동을 시작하고 교육청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후에는 인권침해가 발생한 곳들의 학교 구성원들도 자주 만나고는 합니다. 오늘 나눌 경험들은 결국 저와 제 주변인들이 직접 겪은 경험이기에 더욱 아프게 다가옵니다. 물론 긍정적인 경험과 사건들에 대해 공유하는 것도 그대로 의의가 있겠지만, 현실을 살피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것 역시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기에 있는 그대로 나눠보려고 합니다.
사례 1
동료 활동가가 소속된 학교에서 학생 전체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이 발생해서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시행했더니, “다수의 무감각한 학생들 사이에서 높은 인권감 수성을 가진 학생 한 명만 학교를 괴롭다고 느낀다”는 학교 생활안전부장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지금의 학교는 그야말로 ‘높은 인권 감수성을 가진 학생’만 괴로운 학교입니다. 문제 제기를 한 학생은 학생회장이자 활동가로서 학교 규정 개정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야말로 ‘교육주체’ 자격으로 학생 참여의 이상적 모습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동료였는데, 그러한 활동이 “다른 애들은 다 별말 없는데 왜 너만 불편해 해?” 하는 말로 비수처럼 돌아오는 것이 지금 학생 참여의 현 주소입니다.
사례 2
여러 학교들이 함께 대항 축구대회를 진행합니다. 지역에서 꽤나 유명하고, ‘인간 전광판’이라 불리는 매스게임형 응원전은 그 유명세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학교는 응원전 참여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참여하지 않으면 은근한 따돌림과 배제로 돌아오고 학생회 구성원인 이들이 암묵적으로 참여를 강요합니다. 응원 연습 중에도 폭언, 협박은 빈번합니다. 너무 괴로워서 교사에게 털어놓아도, 교사는 “입학할 때 그것도 몰랐냐”며 “참고 버티라”고 합니다.
지상파도 하고 인권위 진정도 접수했지만 그런 응원 문화에 찬동하는 이들이 지배적인 지역사회에서 이런 목소리는 전통을 부정하는 개인주의자로 매도됩니다. 학생들은 SNS에서, 기사 댓글에서 욕설을 내뱉고 스스럼없이 모욕적인 언사를 늘어놓습니다. 결국 다니던 학교를 자퇴했습니다.
사례 3
학교에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하려고 합니다. 모두의 화장실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들도, 성별 이분법적 화장실이 불편한 이들도, 양육자와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도 모두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개념입니다.
교장과 면담하고, 기획안이 여러 차례 오가며 수정과 논의를 거치고, 수요조사를 거치고 예산과 승인을 받기 위해 학교 운영위원회에 올라갔습니다. 돌아온 답은 학부모 위원들이 ‘이런 모습들은 비단 시설에 관한 문제뿐 아니라 두발 복장 규제, 전자기기 소지 및 사용에 대한 규정을 개정할 때도 자주 나타납니다. 학생의 자리가 없는 학교 운영위원회, 규정개정 심의위원회에서는 더 많은 제한과 통제와 규제를 원하는 목소리만 남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변화되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대한민국은 어린 사람들을 서열화하고 차별하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주류적이지 못한 이들을 공동체에서 배제하고, 쫓아냅니다. 능력주의라는 허울 좋은 말로 기득권의 언어를 사용하며 학교에서부터 학생들을 철저하게 서열화시키고, 차별을 조장합니다. 입시를 위해서라면 청소년의 인권과 존엄성은 잠시 외면당하고, 유예되어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깁니다. 게다가 아직도 많은 이들은 여전히 청소년을 미래의 생산자원으로만 취급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습니다.
이런 체제에 속박된 청소년들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과도한 정신적 부담을 지고 살아가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삶을 존엄하게 여기지 않는 이들과 청소년을 소모재로 취급하는 교육체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청소년의 ‘지금 당장’ 인권 보장과 존엄성이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유린당하는 일이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런 경험들을 나누는 것이 학생의 입장에서, 활동가의 입장에서 지금의 상황을 고발하고 분열적인 이런 지점들을 돌아보지 않고서는 연대하고 함께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시점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문제들을 함께 알아 갈 때, 공통의 무언가를 더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교육 주체가 학생 청소년, 양육자, 교사, 교육 공무원 등 구분되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양하게 교차하고, 비슷합니다. 성별로, 지역으로, 나이로, 종교로, 수없이 많습니다. 또 가장 궁극적으로는 신념으로 교차하는 지점들이 생깁니다. 이런 교육을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 주체가 연대하여 변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학교 곳곳에 균열을 내고, 깊숙히 파고들어 아픈 곳을 헤집고 또 보듬어야 합니다. 그 변화의 시 작은 단위 학교에서 가장 먼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대화모임은 한편으로는 전국으로, 지역으로, 학교로 이런 모임 자리, 공론하는 자리가 확산되는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은 결국 어떻게 교육 주체 누구도 학교라는 공공성의 총체인 공간에서 배제되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모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모든 교사가, 모든 양육자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우리의 논의가 단순한 가치를 넘어 구체적 제안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이번 대화모임에서 모든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겠지만, 아픔과 고민과 생각을 충분히 나눌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야기 손님 2 - 교사 이야기
안녕하세요? 먼저 제 소개를 간략히 드리자면, 저는 20○○년 대학 졸업 후 기간제 및 시간강사로 일을 하다 ○월에 ○○으로 발령받았습니다. 작년 ○월 두 번째 학교로 옮겼고, 어느덧 초등 교사 경력 5년이 되어갑니다.
아직은 풋내기 교사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감사하게도 제가 교직 생활 중 느꼈던 어려움과 교육계에 대한 바람을 교육청 간담회나 뉴스 인터뷰 등을 통해 이야기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가 쉽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자칫 나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오신 선생님들의 아픔, 고뇌, 간절한 바람을 축소하거나 왜곡하거나 가리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이야기 역시 같은 이유로 염려되는 부분이 있지만, 진솔하게 저의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고 해주셔서 정말 교사 ○○○으로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 드리려 합니다.
저는 어쩌면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15년 넘게 품었던 꿈을 이루었으니 말입니다. 제 꿈은 8살 때부터 초등학교 교사였습니다. 학창 시절 쓴 글을 읽어보면 좋은 교사가 되겠다는 열정이 가득합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교직이 제게 천직이라고 이야기했고, 저 역시 가르치는 일에 자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상이 너무 높았던 탓인지 막상 교육 현실을 직면하고는 좌절감과 두려움이 커졌습니다. 실습이나 동아리 활동들을 통해 듣게 된 현장의 이야기나, 뉴스로 본 교직은 제가 꿈꾸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교사와 학교 관리자, 학생, 학부모 사이의 신뢰는 깨져가고, 민원이 두려워 교사가 하고 싶은 교육 활동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기초 학력부진, ADHD, 분노 조절 장애, 품행 장애 등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 사례를 들으며 내가 한 학급의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교사가 되길 간절히 원했던 사람에서, 임용 합격 후에도 발령이 무서워 떠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발령 첫해 제가 담임을 맡게 된 학급은 같은 학년 선생님들께서 모두 알고 계시는 유명한 학생이 포함된 학급이었습니다. 또한 학교 사정으로 2학기 반 배정을 다시 하게 되면서 생활 지도가 필요한 남학생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학급 운영을 위해 그동안 배웠던 회복적 생활교육, 긍정 훈육 등을 반영하려 애썼고, 수업 준비도 거의 매일 퇴근을 미루거나 집에서 밤을 새워가며 했습니다. 하지만 학급 아이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만들어 내는 사건들과 그로 인해 퇴근 시간 후에도 이어졌던 학부모 님과 상담 등이 저를 너무도 지치게 했고, 저는 매일 밤 울며 ‘내일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잠들곤 했습니다.
하루하루 버티듯 출퇴근을 반복하다 12월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잊지 못할 날을 맞이했습니다. 우리 반의 그 유명한 남학생이 폭력적인 행동을 부모님께 말씀드렸다는 이유로 폭발하여 제가 교실을 비운 사이 교실의 물건들을 뒤엎어 놓고 바닥에 누워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대화를 몇 차례 시도했지만, 자신의 물건도 교실에 버려둔 채 뛰쳐나갔다가 다시 교실로 돌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 그 학생은 제게 “너 때문이야.”, “차라리 죽여줘.”, “너 때문에 죽고 싶어.”와 같은 말을 소리치며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고 하기도 했고, 저를 주먹으로 4대, 발로 6대 때리기도 했습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서야 그 학생은 난동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랜 기간 꿈꿨던 교사가 되어 첫 제자에게 듣게 된 말이 ‘너 때문에 죽고 싶어.’라니 너무나도 충격적이고 슬펐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제게 그런 상처뿐 아니라 ‘그때 내가 좀 더 능숙한 교사였다면 어땠을까?’, ‘조금 더 사랑하고 품어줄걸’과 같은 후회와 미안함도 남겼습니다.
그로부터 몇 해 후 있었던 일도 자꾸만 생각이 납니다. 역시 ○○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1년간 아이들과 열심히 살았고, 마무리만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던 때에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발단은 두 남학생의 다툼이었습니다. 말다툼으로 시작해 서로 때렸고, 한 아이에게 상처가 남았습니다. 두 아이를 각각 불러 상황을 확인한 후 모여서 미안한 일에 대해 서로 사과했습니다.
아이들끼리는 그 뒤 잘 어울려 놀았는데, 이를 전해 듣던 상처가 난 아이의 어머니께서 우리 아이가 일방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상대 아이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셨습니다.
양쪽 학부모님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저는 혹시나 저의 한 마디가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전전긍긍하였습니다. 다음날까지 계속된 통화에서 그 어머니께서는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자, 제 교육방식과 태도에 대해 민원을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저에게 물어오셨습니다. 학생 ○○○가 ○○위원회라는 말씀과 함께 학교에 찾아오시겠다고 했고, 그날 오후 ○○ 선생님, ○○ 부장님, ○○ 부장님과 함께 그 학생의 부모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제가 아이들을 협박하고 차별 대우하는 얼마나 못된 교사인지 말씀하시는 학부모님 이야기를 그저 참고 들어야만 했습니다. 제가 제 이야기를 해봤자 시간만 길어지고 상황이 나빠질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자리는 서로의 오해를 푸는 자리가 아니라 학부모님의 화풀이 하는 자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어머니께서는 ○○ 선생님께 ‘교사 교육을 잘 시켜달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제가 통화 중 잘못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아이들에게는 결코 못되게 군 적이 없었는데 너무나도 억울했습니다. 결국 학교폭력으로 접수되며 아이들의 관계는 어른들 때문에 깨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위로도 조언도 할 수 없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교사로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일을 겪어도 그저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징징거리기엔 옆 교실 선생님도 저와 비슷한 일들을 겪으며 힘든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내가 힘들다고 쉬게 되면 당장 우리 반 아이들을 다른 선생님이 맡아야 하니 아이들이나 선생님들께 미안한 마음에 쉬지 못했습니다. 학교는 너무나도 바빴습니다.
내 감정을 돌보고 추스를 새 없이, 내일도 수업을 4~5시간 해야 하고 업무도 계속 생겨납니다. 저는 이러한 삶 가운데 계속되는 공허함과 우울감에 오랜 기간 숙고하고서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2년 넘게 약물치료를 해오고 있습니다. 1년 반이면 치료를 마칠 수 있을 거란 기대와 달리 작년 ○월 약을 증량하게 되었고, 지난 상처를 덮어둔 채 새 학교에 적응하느라 바빴던 탓인지 몸이 이곳저곳 아팠습니다. 무엇보다 계속되는 가슴 답답함과 무기력감, 출근길에 반복되는 자살사고로 너무나도 쉬고 싶었습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조심스레 휴직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선 전문가의 판단으로도 쉬어야 하는 상황이 맞기에 얼마든지 진단서를 써주겠지만 기간 명시가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교육청 문의 결과 진단서에 기간이 없으면 휴직 발령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낙심하여 교실에서부터 집에 돌아가기까지 펑펑 울었습니다.
제가 교육청 간담회에서 이야기했던 것은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아픈 선생님이 충분히 쉴 수 있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내가 죽어야 아픈 선생님들을 위한 제도가 마련될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한 달의 병가를 낼 수 있었고 그 기간에 잘 쉬며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저는 자다가 가끔 꿈을 꿉니다. 학급 아이들이 전혀 통제되지 않는 꿈, 학급에서 문제가 발생해 학부모님께 연락하는 꿈 등. 며칠 전에도 수업하는데 아이들이 제 말을 계속 무시하는 꿈을 꾸다가 깼습니다. 꿈을 꾸는 동안과 깬 후에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느껴집니다. 물론 방학이라는 쉼의 시간이 있어 감사하고 다행이지만, 방학이 시작되면 개학이 두렵습니다. 개학을 앞두고는 마음이 답답해 잠을 잘 이루지 못합니다.
저는 여전히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고, 과분한 아이들의 사랑을 통해 가르칠 힘을 얻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학교에 가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내가 실수로 뱉은 한마디가 민원의 소재가 되진 않을까 수업 내내 조심스럽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즐거운 행사를 떠올렸다가도 혹시 안전상의 문제나 학생 간의 다툼 등 부정적인 요소가 조금이라도 예상되면 포기하게 됩니다. 전화벨이 울리면 괜히 심장이 벌렁거립니다. 학부모님을 든든한 교육 동역자로 여기고 소통하겠다고 다짐하지만, 혹시나 꼬투리 잡힐까 연락을 망설이게 됩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퇴근길에 한 부장님을 만났는데 대뜸 저에게 “학교가 즐거우세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대답을 망설이니 “학교가 즐거워야 하는데~”하고 가셨습니다. 왜 난 쉽게 대답할 수 없었을까 한참 생각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도 교사에게도 학교가 즐겁기를 바랍니다. 또한 동시에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을 마음껏 가르치고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학교생활 중 내가 조금 불편하고 피해를 보더라도, 이해하고 용서하는 가치를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교사가 소신껏 교육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긴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 손님 3 - 학부모 이야기
학교 공간에서 교사와 학생은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관계를 만들어 간다. 교사는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어른 역할을 다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어른 세대와 소통을 통한 비교와 모방으로 본인이 지향하는 인간의 모습을 구체화한다. 교육의 두 주체들은 지식을 가르쳐주는 자와 배우는 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은 학교라는 - 안전하면서도 조금은 폐쇄되어 있는 듯한 - 공간에서 서로의 생활과 삶을 나누고 공유하는, 비교적 밀착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기도 하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삶을 나누는 일 자체를 크게 힘들어하는 것 같진 않다. 물론 소통이 어렵거나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여 교사로 하여금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없진 않지만, 교사들은 대부분 그런 상황을 소명이자 임무라 여기며 아이들에게 관심과 정성을 쏟는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자 최선을 다하는 ‘좋은 교사들’이 많이 있다.
한때, 교육의 ‘주체’는 학교의 주인공인 교사와 학생들에게 주로 해당되는 용어였다. 당시 존재했던 사친회, 기성회, 육성회라는 이름의 학부모 모임은 학교와 교사를 주로 물질적으로 돕는 ‘문제적’ 조직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학부모를 학교 운영에 참여시키는 학교운영위원회가 법제화되었고, 자모회·어머니회로 부르던 조직은 학부모회라고 부르게 되었다. 학부모 학교 참여 필요성의 대두는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게 하였던 것이다.
부모의 자녀 교육권은 그 어떤 실정법과 비교할 수 없는 ‘자연법적 권리’로 존중받는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자녀를 교육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부모로부터 출발하며, 아동의 교육과 지도에 대한 1차 책임은 그 아동의 부모에게 있다. 부모는 체계적인 학교교육에 자녀를 믿고 맡기는 형태로 자녀교육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대리 행사하는 부모 역할의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지난 여름, 세상을 등진 서이초 교사의 사인을 학부모에게 집중시키는 사회적 분위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동료 교사의 죽음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수십만 교사들의 외침은 이 나라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경고 같았다. 물론 그 외침들 속엔 자신들을 관리·감독하는 자들과 기관에 대한 비판들, ‘교육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각종 대책들도 담겨져 있다. 하지만 ‘교육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주된 원인은 바로 학부모들의 ‘지나친’ 대응에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교육부와 일부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악성 대응을 잘 막아내면 교사들의 가르칠 권리가 보장될 것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
결국 학부모라는 존재는 자녀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였을 때 언제든 주변을 시끄럽게 만들 수 있는 잠재적 문제 인간인 셈이다. 그러하니 예방 차원에서, 학부모가 모이는 행위를 지원하지 않고 학부모의 학교 방문을 원하지 않을 법하다. 학교를 방문하는 학부모의 모습은 늘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 같다.
학교를 방문하는 학부모들이 학교로부터 ‘대접’을 받으려 하는 일부 행태도 문제지만, 학부모 스스로 학교를 찾아가는 것 자체에 ‘셀프 주눅’이 드는 것도 문제다.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존재하지만, 학교는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학교 교육과정(일부)에 대해 학교는 학부모와 비교적 대등한 위치에서 함께 머리 맞대고 논의할 수 있겠는가. ‘학부모도 교육의 주체이니 학교교육에 함께 참여하면 좋지요’라고 말씀은 하시지만, 솔직히 마음은 동하지 않는다고, 표현하시기도 한다.
학부모들은 ‘학교교육의 주체’이고 싶다. 하지만 학교와 사회는 ‘언제든 주변 상황을 피곤하게 만들 능력(?)이 있는’ 학부모를 교육의 또 다른 주체로 인정하기 꺼려하는 것 같다. 주변에선 인정해 주고 싶지 않은데, 학부모인 우리들만 스스로를 주인공이라 여기며 교육의 주체로 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모양새다.
그렇다고 학부모가 모두 옳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성장배경, 문화, 학력, 제력, 가치관 등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부모가 되고 특히 자녀의 성공에 자신의 욕망을 과하게 투영하면서 남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만한 행동을 일삼는 부모들이 있다. 공공의 선을 추구하기보다, 내 아이만 잘되면 그만이라 여기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평소에는 학교 공동체를 인정하는 듯해 보여도, 내 아이가 갈등과 문제의 중심에 놓이는 순간 돌변하는 사람들도 있다. 학교폭력의 가해 추정 학생으로 몰리는 경우, 부모는 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선 서류상 그 어떤 오점도 남겨주지 않아야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한다. 그들이 피해 학생에게 미친 영향, 공동체에 남기는 불편함과 또 다른 해악에 대해선 생각해 볼 겨를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으로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학부모 공동체가 비교적 잘 조성되어 있는 학교에선 일반적으로 ‘우리’ 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해 논의하고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경향이 있다. 개별 학생의 문제가 발생하였을 땐 교사와 개인 상담을 진행하거나 관련된 학부모들이 모여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서로 유대하지 않거나 매우 파편화되어 있는 경우 또는 주장이 강한 소수 집단이 이끄는 학부모들이 존재하는 경우, 아이들에게 발생한 갈등이나 문제를 ‘내’ 아이의 피해 상황에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고, 타인의 말을 빌리고 자신의 감정을 덧붙여 문제상황을 왜곡, 확대시키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교육권을 대리 행사하는 학부모 집단의 특수성은 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학부모가 ‘내’ 자녀에게만 집중할 경우 교사, 학생, 학부모 간 ‘동등한 주체로 서기’는 불가능하다. 학부모를 ‘자신의 자녀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로 생각한다면, 교육 주체 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소통이 불가능해진다. 서이초 사태 이전에도 학부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치맛바람’을 넘어서질 못했는데, 안타깝게도 서이초 교사의 죽음이 파생한 사회적 분노는 공공성과 평등성을 추구하며 학부모회를 바로 세워보고자 노력했던 학부모 활동가들의 사기를 많이 꺾어놓았다. 학부모는 과연 교육의 주체로 바르게 설 수 있을까.
총괄·기획 박숙영 평화 비추는 숲 서정기 회복적 정의 평화배움 연구소 에듀피스 수영 청소년 인권모임 내다 안보경 평화 비추는 숲 이윤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최명화 회복적 정의 평화배움 연구소 에듀피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현승호 좋은교사운동
제작·편집 박숙영 평화 비추는 숲 서정기 회복적 정의 평화배움 연구소 에듀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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