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학부모신문

수능 점수 공개는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조장

참교육 학부모신문 | 기사입력 2024/07/05 [09:03]

수능 점수 공개는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조장

참교육 학부모신문 | 입력 : 2024/07/05 [09:03]

수능 점수 공개는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 조장

 

지난 5월 28일 교육부는 전국 고등학교와 학생들의 수능 점수를 시군구 단위까지 공개하는 교육 데이터 전면 개방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교육 데이터 개방으로 정책 연구가 활성화되면 정책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향후 합리적 제도 개선 방향을 도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 맞춤 공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누구나 쉽게 진로·진학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궁극적으로는 사교육비 경감에 기여한다고도 말했다. 또한, 데이터 제공 범위를 확대하면서도 데이터가 안전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2월 전국 고등학생들의 모의고사 성적 유출 사건과 6월 4세대 나이스 오류 사태가 아직도 생생한데 교육 당국은 데이터 관리 시스템이 안전하다고, 무조건 믿으라고 한다. 

 

학생의 개인 정보인 수능 점수를 학생과 보호자의 동의도 없이 공개하겠다는 것도 용납할 수 없고, “연구자에게만 제공하겠다”는 것도 허락할 수 없다. 연구자가 연구를 하는 이유는 발표를 하기 위해서지 개인 소장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연구자에게 제공한 데이터는 어떤 식으로든 공개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언론, 입시학원에서도 데이터를 입수해 학생들의 수능 점수를 본인들 입맛에 맞게 활용할 것이고, 이처럼 수능 점수가 공개되면 지역 간, 학교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 뻔하다.

 

시군구별로 몇 개 되지 않는 고등학교의 수능 점수가 공개되면 어느 학교인지 유추가 가능하고, 그렇게 되면 학교 간에 서열이 매겨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외고, 자사고 등 특목고 지원이 증가할 테고, 일반고는 경제적 여건이나 성적이 안 되는 학생만 다니는 곳으로 인식될 것이다. 이러한 고교 서열화는 중학교와 초등학교, 유치원까지 내려와 사교육 시장을 더욱 팽창시킬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도 수능 점수 공개가 사교육비 경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궤변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발상인지 어이가 없다. 지금도 초등학생들이 학원의 특목고반, 의대반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이 치열한데 정부는 교육 현장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 본 적은 있는지 묻고 싶다. 

 

수능 점수 공개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나 수능 점수 등 학업의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학생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지원 방안이다.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지원을 한다는 것은 학생 개인의 다양한 요인들을 감안하지 않고 일차원적인 학력으로만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 쳐도 점수를 공개해야만 학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에듀테크 기업에 학생들의 데이터를 넘겨주는 것은 기업들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6월 23일자 뉴시스 기사에 어느 입시학원이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해 초등학생 순유입(전입학생 수에서 전출학생 수를 뺀) 인원 전국 1위가 강남구였다.

 

전국 6,299개 초등학교 학생 현황을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는 강남구 순유입 학생수가 2,199명으로 유일하게 2,000명을 넘었고, 순유입 상위 10위 지역 중 8곳이 수도권이 차지했다. 강남구만 살펴봤을 때에도 순유입 인원이 2,000명을 넘은 것은 최근 10년 새 가장 많은 숫자이고,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초저출생 시대에도 학생들이 몰려드는 강남구 열풍은 사교육 때문이다. 역대 최고의 사교육비를 계속 경신하는 윤석열 정부가 이제는 수능 점수 발표라는 노골적인 방법으로 사교육을 부추기고 지역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

 

최근에 방문했던 몇몇 학교들에서 듣게 된 청소년들의 자해와 자살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학교마다 친구들의 자해, 자살 소식이 공공연한 비밀로 떠돌아다니고,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너무 많다. 단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뿐이다.

 

정부와 국회에서 탁상공론으로 쉽게 던지는 정책과 법안들에 맞아 학생들은 삶이 좌우된다. 

학생들의 삶이 경쟁 교육 체제에서 지금보다 더 불행해지지 않도록 학생, 교사, 학부모가 나서서 수능 점수 공개를 막아야 한다. 학생이 성장하는 학교를 학원으로 전락시키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수능 점수 공개는 현 정부의 최악의 자충수가 될 것이다.

이윤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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