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대, 인간의 일 -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한 안내서
1장 ‘알고리즘 윤리학’은 무인 자동차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무인 자동차는 1970년대 행성 탐사 로봇을 개발하던 나사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기술이었다. 수십 년이 지난 2004년 땅 위에서 무인 자동차 경주대회가 열렸다. 모하비 사막에 15대의 무인 자동차가 출발했다. 하지만 출발하자마자 두 대는 멈췄고, 한 대는 전복되었다. 가장 먼 거리를 운행한 무인 자동차도 전체 구간의 5%도 못 되는 11킬로를 주행하고 제방에 처박혔다. 그리고 2024년 서울의 일반도로를 무인 자동차가 운행할 수 있는 임시 허가가 났다.
무인 자동차가 활성화되면, 교통사고 사망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에너지가 절감되고, 도로 위 빈 공간이 80~90%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해 자동차 보험료도 낮아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무인 자동차를 도입하는 일이 쉽지 않다. 기술적인 문제보다 더 큰 장벽이 있다. ‘알고리즘’을 설정하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갑자기 역주행하는 트럭이 있다. 트럭을 피하기 위해서는 옆 차선의 오토바이와 부딪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실제 사람의 운전에서는 운전자의 판단으로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AI시대 무인 자동차는 다양한 사고 상황에 대한 ‘알고리즘’을 만들고, 이에 따라 자동차가 사고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 도로를 주행 중인 자동차는 수많은 선택의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 운전자와 보행자, 어린이와 어른, 남자와 여자, 동물과 자동차 파손 등등의 모든 상황에 대한 알고리즘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까? 이런 ‘알고리즘’을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설정하는 것이 쉬울까, 아니면 자율주행하는 무인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쉬울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판단과 행동이 언제나 합리적이지도 않고 최선의 결과를 만들지도 못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우연과 무작위, 그리고 무지의 장막으로 보호되어왔다. ‘실수’라는 것은 사람에게 허용된 자유의 영역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존하고 위임한다는 것은 이러한 우연과 무작위 세계를 벗어난다는 의미다.” 그렇다. 우리는 우연과 무작위의 세계를 벗어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고민하지 않았던 수많은 문제가 AI로 인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무인 자동차의 딜레마를 통해 ‘윤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한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은 실시간 번역의 시대에 외국어 공부가 필요한지 ‘언어의 문화사’를 통해 조망한다. 또한 지식의 사회학, 일자리의 경제학, 여가의 인문학, 관계의 심리학, 인공지능 과학, 호기심의 인류학, 망각의 철학, 디지털 문법까지 AI로 생기는 다양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한다.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은 꼼꼼하게 알찬 정보를 가득 담은 좋은 책이다. 송민수(거제지회) <저작권자 ⓒ 참교육 학부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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