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부족해도 괜찮을 수 있는 <인사이드 아웃2>를 보고
참교육학부모회 거제지회가 창립 26주년을 맞아 회원을 비롯한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초대하여 함께 <인사이드 아웃2>를 관람했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만든 자리였지만 우리의 삶과 사회를 되돌아볼 기회도 되었다.
<인사이드 아웃2>는 ‘라일리’라는 사춘기 소녀의 머릿속 감정 이야기로 ‘다양한 감정들이 성장 과정에서 꼭 필요하다’는 주제의 애니메이션이다. 영화가 시작하고 곧이어 라일리는 13세 생일을 맞는다. 우리 나이로는 15살쯤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1편은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소심이’, 그리고 ‘까칠이’까지 이렇게 다섯 감정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2편은 새로운 감정인 ‘불안이’, ‘부럽이’, ‘당황이’, ‘따분이’가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 들어오면서 시작한다.
새로 들어온 ‘불안이’는 라일리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안이’는 라일리의 현재만 생각하며 라일리를 행복하게 하려는 ‘기쁨이’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결국 ‘기쁨이’와 함께 기존 다섯 감정을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내쫓아 가둔다. ‘불안이’에게 중요했던 것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곧 닥쳐올 미래이기 때문이다. ‘불안이’는 지나치게 미래를 걱정하며 라일리의 부족함을 닦아세운다.
불안은 꼭 필요한 감정이다. 인류는 불안했기 때문에 둑을 만들어 하천이 범람하지 않도록 하였고, 불안했기 때문에 밤에 불을 피워 동물들의 습격에 대비했다. 인류 문명의 많은 부분은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비롯하였다. 지금 기업들의 기반인 주식회사 제도도 불안이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다. 불안은 앞으로 벌어질 다양한 상황을 상상하여 대처하게 만든다. 불안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감정이다.
“잘 해내고 싶어 애쓰던,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할까 두려워하던 내 모습과 겹쳐 보이면서 눈물이 났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도태되는 건 아닌지에 대한 불안을 살아가며 자주 마주한다” (인사이드 아웃2 빌런 ‘불안’이 한국 관객 울린 이유 - 한겨레 2024.07.10)
<인사이드 아웃2>를 본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다. 만약 <인사이드 아웃2>를 보고 눈물을 흘린 사람을 국가별로 비교해 본다면 대한민국이 1위가 아닐까? 불안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지나쳐서는 안 되는 감정이다. 하지만 경쟁 중독 사회인 한국에서 ‘불안’은 지나치게 넘쳐난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배운 것은 경쟁이다. 불행하게도 경쟁은 학교에서 끝나지 않는다. 경쟁은 순위와 승패를 나눈다. 그리고 우리는 순위와 승패에 따라서 평가받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순위와 승패가 우리를 얽어맨다. 사람들은 어디에서 건 끊임없이 평가받는다. 회사에서는 상사와 동료들이 나를 평가한다. 고객들이 나를 평가하기도 한다. 심지어 내가 SNS에 올린 글과 사진 역시 누군가가 평가할 것이 분명하다. 내가 그러는 것처럼…….
적당한 불안으로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복지 제도도 충분하게 갖추고, 개인적으로는 사회 참여 활동도 높이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그 무엇보다 교육을 바꿔야 한다. 경쟁 교육이 우리 사회를 지나치게 불안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좀 부족해도 괜찮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우리는 있는 그대로 너희를 사랑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날 행사의 뜻을 제대로 표현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성적보다는 아이의 인성과 소질, 그리고 소망을 더 존중하기 위한 거제 참학의 뜻이 더 넓게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송민수(거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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