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폭력은 어쩔 수 없다’는 변명에 대하여
SON 축구 아카데미 손웅정 감독(축구선수 손흥민의 부친으로 유명한)과 코치 등이 체벌·욕설을 가하여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당했다.
감독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가 되지 않은 언행은 결코 없었다”고 해명했고, 이에 동조하는 이들은 “스포츠는 격렬한 운동이니 훈육은 어쩔 수 없다”고 피의자 선처를 요구하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이뿐 아니라 최근 태권도장에서 5세 어린이를 의식불명 상태로 만들어 사망에 이르게 한 태권도 관장 역시 본인의 행위가 학대가 아니라며 피해 어린이에 대해 “예뻐하는 아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이 전제된 행동이라고 해서 폭력이 없던 일이나 정당한 것이 되지도 않기에, 이러한 변명은 사안의 본질을 흐린다.
어린이·청소년에게는 폭력을 당하지 않고 스포츠 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권리를 보장할 의무보다 사랑과 선의를 앞세우는 변명은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을 침해하는 환경을 개선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한국의 스포츠계는 소수 엘리트 스포츠 위주이고, 승리 지상주의와 결과 만능주의가 만연해 있다. 때문에 어린이·청소년의 기본 권리를 존중하는 것보다 승리를 우선하는 풍조가 강하다.
예전부터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실적만 중시하는 스포츠 환경이 인권 침해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프로 진출, 대학 입시 등과 연계되면서 어린이·청소년 선수가 실적을 낼 수 있게 지도자에게 강압적 지도를 요구하는 보호자도 드물지 않다. 손웅정 감독을 옹호하는 보호자들이 ‘세상은 약자의 소리에 그 누구도 귀 기울여 주지 않는다’며 다그쳤다는 감독의 말을 교훈이라고 추켜세우는 모습에서부터 폭력이 조장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유니세프의 ‘어린이의 권리를 지키는 스포츠의 원칙(Children's Rights in Sports Principles)’이나 영국의 ‘아동 보호(Child Protection)’ 제도처럼 스포츠에서 어린이 권리 선언과 존중의 원칙을 적용하여 기관별, 종목별 가이드라인과 행동 지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침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어린이·청소년의 스포츠 권리와 안전한 환경을 확립해 갈 수 있도록 스포츠 분야에서 어린이 보호국과 같은 독립 기관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특히 폭력이 발생한 뒤 사후 대응도 중요하지만 스포츠 지도자의 문제 행동을 방지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재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체육 교사, 스포츠 지도사, 코치 양성 과정에서부터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스포츠 윤리와 어린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배우고 이해하는 것을 자격 취득 필수 조건으로 함으로써 체계적으로 폭력을 방지해야 한다.
이외에도 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담, 조사, 모니터링을 관계 기관과 연계하여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체계는 어린이·청소년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지원한다는 원칙 아래 짜임새 있는 법 제도 개편과 함께 운영돼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나아가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는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는 잘못된 통념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빈둥 (청소년 인권운동 연대 지음 활동가) <저작권자 ⓒ 참교육 학부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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