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동체 회복의 시작, 말 걸기 캠페인
후배 교사들의 SNS를 보면 학교를 떠나는 이는 능력자로 칭송받고 학교에 남는 이는 어리석은 자로 평가받는 이야기들이 넘쳐납니다. 이 와중에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할 사교육비는 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교사로서, 고등학생 자녀를 둘이나 둔 학부모로서 기뻐할 소식이 별로 없습니다.
기뻐할 소식은커녕 우울한 소식만 이어집니다. 교육주체들을 갈라치기하는 뉴스들, 서로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게 하는 뉴스들만 들려옵니다. 코로나19와 서이초 사건을 지나며 이제 더 이상 학교를 교육공동체로 부를 수 없는 지경에 온 듯합니다. 그래서 공교육 회복이나 교육공동체를 이야기하면 학교 현장을 모르는 얼치기로 취급받기 일쑤입니다. 좋은 소리 못 듣습니다.
고민이 되더라고요. 좋은 소리 못 들을 텐데 좋은교사운동이 교육공동체 회복을 계속 이야기해야 하는지 말이죠. 그러다가 좋은교사운동이 듣고 싶어 소리를 하는 단체가 아니라 들어야 할 소리를 내는 단체가 되어야지, 그게 좋은교사운동이지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말 걸기 캠페인’을 제안했습니다.
가령, 교사가 학부모에게 “학부모님, ***는 학교에서는 ○○○하는데 집에서는 어떤가요?” 하고 먼저 말을 건넬 수 있습니다. 동료교사에게는 “선생님, 제가 뭐 도와줄 것 없어요?” 하고 말을 건넵니다. 학생에게도 “**아, 오늘 기분은 어때?” 하고 말을 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교사들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괜히 이런 말 했다가 학부모의 넋두리를 한두 시간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괜히 도울 일 없나 물었다 옴팡지게 일 폭탄을 맞으면 어떡하나, 용기 내어 말을 건넸는데 학생이 무시하고 지나가면 어쩌나….
이 부분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용기는 공동체를 통해서 옵니다. 혼자 서서 하늘을 손으로 가리키면 지나가는 이들이 그 한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봅니다. 그러나 서너 명만 모여서 하늘을 가리켜도 지나가는 이들이 하늘에 뭐가 있나 싶어 가리키는 곳을 봅니다.
일단은 그 서너 명이 모이는 일은 좋은교사운동 공동체가 시작을 했습니다. 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더라도 일단은 시작을 했습니다. 교사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매뉴얼도 만들고, 말을 걸라는 의미로 예쁜 말 키링도 만들고요. 또 40일 챌린지를 기록할 수 있는 실천 액자도 만들어서 뿌렸습니다. 학교에서 가끔 여기저기 말 걸고 다니는 교사를 만난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좋은 교사입니다. 그들이 더 큰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참학 회원님들께서 더 큰 공동체를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막상 새 길을 나서기는 했는데 교육공동체 회복이 언제쯤 이뤄질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먼 미래가 저절로 올 것이라 믿기보다는 그 오지 않은 미래를 오늘 여기에 온 것처럼 살아보려 합니다. 오지 않은 미래를 현재에서 살려니 부딪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뒤돌아서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길이 옳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요? 한성준(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저작권자 ⓒ 참교육 학부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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