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tend, 진짜 같은 가짜와 가짜 같은 진짜 - 영화 <기생충>을 보고Ⅱ
영화 중반의 절정은 기택네 가족의 치밀한 계획대로 가정부 문광을 내쫓는 ‘복숭아 시퀀스’다. ‘복숭아 시퀀스’의 마지막 장면에서 문광은 기침하며 입에 갖다 댄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기택은 문광이 버린 휴지에 핫소스를 몰래 뿌리고, 연교에게 들어 보인다. 피‘인 척’하는 핫소스는 연교에게 문광이 폐렴에 걸렸다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기우와 기정 역시 연세대에 다니고 있는 척, 일리노이 주립대를 나온 척하며 박사장네 집에 들어간다.
다혜 : 선생님, 그거 아세요? 다송이 쟤, 죄다 설정인거. 쇼라구요, 쇼. 제 지금 천재인 척, 사차원인 척 하는 거, 전부 다 설정이에요. 기우 : 그런 의미에서 방금 다송이에 대해서 묘사했던 것 꽤 재미있었는데, 그걸로 영작을 해보자. 단, ‘pretend’라는 단어 2회 이상 꼭 사용할 것.
다혜의 말처럼 다송이는 사차원‘인 척’, 천재‘인 척’ 쇼를 한다. 기우는 그 이야기를 듣고 pretend(~인 척하다, 흉내내다)를 사용해서 영작을 하자고 한다. 위의 장면도 영화를 처음 볼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가짜같은 진짜 의사가, 가짜같은 진짜 형사가 등장할 때까지 <기생충>은 온통 ‘~인 척’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사차원인 척하는 다송,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척하는 문광, 케빈인 척하는 기우, 제시카인 척하는 기정, 피인 척하는 핫소스만이 아니다.
영화에는 박동익 사장과 그의 아내 연교를 과시적이고, 위선적으로 표현한 장면이 매우 많다. 안타깝게도 나는 영화를 처음 볼 때, 그들의 부유함에 눈이 멀어 그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잘 보지 못했다. 박사장은 자신이 경멸하는 ‘싸구려 빤쓰’를 욕망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박사장은 ‘사랑하시죠?’라는 기택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어쩌면 박사장은 아내를 사랑하는 척, 자상한 가장인 척하는 것은 아닐까? 연교는 사람 관계를 중요시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믿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계약관계로만 대한다. 그녀는 강아지는 껴안고 살지만, 자녀들과는 스킨십을 하지 않는다. 음식을 잘 하는 척 거짓말을 하며, 기우의 급여를 줄 때도 마음 써 주는 척하며 거짓말을 한다. 그녀 역시 진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기보다는 상류층의 행복한 현모양처인 척하며 살고 있을 뿐인 것이다.
영화 <기생충>은 가짜처럼 사는 우리의 삶을 냉혹하게 비춘다. 혹시, 우리 무엇이라도 되는 척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노력을 쏟아부으며 사는 것은 아닐까? 혹시, 우리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인 척’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 <기생충>이 던지는 무거운 질문이다. 송민수(거제지회) <저작권자 ⓒ 참교육 학부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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