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방향은 교육의 질입니다 - 학생 수 감소, 작은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일 기회로 만들자
원치 않아도 작은 학교가 곧 일반적인 현상이 된다.
작은 학교를 넘어 초미니 학교에 대해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고민이 남아있긴 하지만 현실로 다가온 작은 학교를 폐교로 가는 과정이라고 패배적으로 바라볼 것만은 아니다. 작은 학교의 강점을 널리 나누고 큰 학교 인원을 균형 있게 분산하여 그간 미뤄둔 교육의 질을 높이는 궁리를 해야 할 때이다.
올해 상주시에 초등학교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3곳(분교 2곳 포함), 입학생이 한 명인 학교가 두 곳이다. 3년 연속 신입생이 없으면 학부모 동의를 거쳐 폐교를 결정하게 된다.
2024년 3월 4일 기준 상주시 초등학생 수는 3,178명이다. 상주 초등학교 31개교(분교 세 곳 포함) 중 학년별 여섯 반을 못 갖춘 학교가 14개교(분교 세 곳)다.
2023년 상주시 출생아 수가 315명이란 통계가 나와 있다. 앞으로 6년 뒤 예상되는 초등 입학생 수인데 전출은 고려하지 않은 숫자이다. 이 추세라면 불과 몇 년 뒤 살아남을 학교를 예상하기 쉽지 않다. 사실 상주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연령별 전체 인구수를 보자면, 50세가 88만 5천 명, 20세 48만 6천 명, 0세 영아 22만 2천 명이라고 한다.
2019년에 상주시 인구가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고 시청 공무원들이 검은 넥타이에 상복 차림으로 출근한 적이 있었다. 인구 감소 위기감을 드러내는 퍼포먼스였겠으나 바라보는 시민들은 10만 명과 9만 8천 명이 도대체 뭔 차이인지 황당했고 이제는 줄어든 인구를 인정하고 삶의 질을 높일 궁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인구 감소는 불평등하게 일어난다.
그 뒤로도 역시나 인구는 줄고 있고 어느 곳보다 학교에서 체감하고 있다. 과밀학교, 과밀학급조차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소된다는데 문제는 인구감소가 불평등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상주 시내에 7~8년 전부터 새 아파트가 밀집해 그나마 상권이 유지되고 있는 특정 학군의 초등학교는 코로나 시기인데도 전입 학생 수가 자꾸 늘어 한 반에 30명이 넘는 과밀학교가 되었다. 학부모 민원성 학군 조정의 결과 이 학교로 아이들이 옮겨가 버린 다른 학교는 좋은 학교 환경에도 불구하고 올해 1학년이 한 학급뿐이라 양쪽 다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작은 지역에서도 부동산 양극화를 실감하고 있다. 시내 학교 상황이 이럴진대 면 단위 소규모 학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문제는 이런 불균형적인 인구 감소가 지역 내 교육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감사원 기준으로 소규모 학교란 도시 200명 이하, 시골 60명 이하 학교인데, 이미 상주시 읍면동 소재 초중고 56개교(분교 제외) 중 30개교(초 19교, 중 10교, 고 1교)가 소규모학교에 해당한다. 만약 읍면 단위 학교들이 줄줄이 문을 닫아 학령기 가정이 시내로 밀집하게 된다면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 아니다. 학부모로서 가장 아쉬운 것은 학교 선택권(교육과정 선택권)이 없어지고 이미 검증된 교육적 특색을 강점으로 하는 학교조차 살아남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작은 학교에 다니고 있거나 앞으로도 다녀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 처지에서는 그야말로 위기라 할 수 있다. 적어도 인구가 유지되는 곳이 아닌 곳에서 출생하는 아이들은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초등학교부터 원거리 통학을 하거나 아예 거주지를 시내로 옮겨야 할 수도 있다.
요즘은 상주시청이 거주지에서 학교까지 대중교통이 없는 면 단위 학생의 경우 택시 등하교를 지원하거나 온마을 버스로 등하교를 지원하고 있다. 상주지회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시청을 상대로 대중교통 체계 재정비를 통한 면 단위 아동 청소년의 통학권과 이동권을 주장해 왔는데, 면에 학교마저 사라진다면 대중교통 상황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다. 시골에서 이동 문제는 전 세대에 걸친 중요한 관심사이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학교 수의 자연 감소는 예상되는 미래이지만 지금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시장경제처럼 손 놓고 경제적 사회적 원인에 따른 릴레이 폐교를 바라만 본다면 우리 지역 안에서도 반복적으로 과밀과 소멸을 오가야 할 것이고, ‘작은 학교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계획한다면 다소 질서 있는 적정의 과정으로 갈 수도 있겠다.
작은 학교, 아이 한 명이 소중한 교육을 경험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시골에서 학교는 읍면 단위 젊은 인구의 첫 번째 거주 조건이자 지역사회 지속가능성의 지표이다. 이어서 ‘작은 학교’의 교육적 강점을 살펴보면, 자연 생태적인 환경 조건, 여유 있는 학교 공간, 같은 학급 내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년 간에 지속적이고 친근한 대면관계 맺기의 경험, 학부모 간 교류, 교사에 대한 신뢰, 소규모 이동을 통한 다양한 체험학습, 특색있는 교육과정 적용, 이주 배경 학생(다문화 학생)의 적응과 맞춤형 교육에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면에 규모가 적어서 단체 체육활동, 일정 정원이 필요한 체험학습, 교우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의 선택지가 적은 것, 소규모 급식이라 재료 단가가 높은 점 등의 단점도 있다.
그래서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일어난 감소에 대해 소규모 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 운영, 급식 공동조리, 도농 이음학교, 초등학교 자유 학구제(시내에서 면 단위 학교로 입학 시 주소지 학군 상관없이 가능) 등등으로 어떻게든 부작용을 줄여보려 애쓰고 있다. 많은 학생, 학부모가 작은 학교의 장점을 경험하고 용기를 내서 큰 학교, 작은 학교 모두 적정 규모로 분산되면 좋겠다는 꿈을 꾸어본다.
그나마 일찍부터 작은 학교의 가치에 눈 뜬 교사와 학부모가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으로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적용해 온 학교들은 급격한 학생 수 감소 현상에서 비껴있는 형편이다. 지난 3월 참학 <학부모 신문>에 소개된 상주 내서중학교도(관련기사 ☞ 내서중학교를 소개합니다) 그 중 하나이지만 예산을 이유로 교사 자리 감소 정책에는 비껴가지 못했다.
나라가 결심해야 한다.
올해 경상북도 중등 소규모 학교 교사 정원수가 7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 교과 교사만 아니라 사서, 영양, 보건교사를 포함한다. 수업시수가 많지 않은 과목의 교사는 소속 학교 말고 최대 4개 학교를 순회하며 수업하는 경우도 있다. 즉 교사가 매일 출근하는 학교가 다르다는 뜻이고 아이들은 일주일에 단 하루 그 교과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담임은 고사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아이들 상황을 이해하고 소통하고 생활지도까지 바랄 수도 없는 형편이다.
학교 규모에 상관없이 단위 학교마다 해야 하는 행정과 교육의 가짓수는 일정한데 교사 수를 더 줄인다면 작은 학교의 장점인 다양한 교육과정, 학생과 소통에 집중할 수 없게 되고, 자연스레 작은 학교 기피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시골학교가 유지되려면 작은 학교 기준 최소 교사 정원을 법제화해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정원 관리는 필요하겠지만 규모의 경제 논리로 작은 학교에서부터 교사 수를 빼는 것은 시골 학교의 폐교를 촉진하는 나쁜 결정이 될 것이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필연적으로 따라올 문제인, 과원 교사 중 일부는 학교 현장에 필요한 다양한 전문가로 재양성해 교육의 질을 높이도록 하자. 행동 중재 전문교사, 이중언어 정체성 교사, 읽기 전문 지도교사, 언어치료사, 학생 정보 지원사, 학교 사회복지사 등이 있는 학교, 좋지 아니한가.
학부모들이 느끼는 심각성에 비해 경상북도 교육감은 행정안전부에서 공무원 정원을 결정하기에 아무 권한이 없다는 말로 분통을 터트리게 했다. 기본적인 교육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를 유지해야 할 것 아닌가. 최근에는 학교별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자율학교 지정조차 일방적으로 취소하려다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들리는 소리로는 내부 공모형 교장제를 원천 봉쇄하려고 자율학교 지정을 취소하려고 했단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우는 짓을 교육 당국이 하고 있다.
학교 즉 공교육은 인류가 선택한 가장 효율적인 교육제도 중 하나이므로 어떠한 형태로든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때가 온다면 그 지역에 남은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김혜진 (상주지회장) <저작권자 ⓒ 참교육 학부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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