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학부모신문

교육공동체 회복의 시작, 말 걸기 캠페인

참교육 학부모신문 | 기사입력 2024/10/05 [09:12]

교육공동체 회복의 시작, 말 걸기 캠페인

참교육 학부모신문 | 입력 : 2024/10/05 [09:12]

교육공동체 회복의 시작,

말 걸기 캠페인

 


한 언론에 따르면 한 해 고등학생 중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2만 5천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학생들도 매해 급증한다는 마음 아픈 뉴스들도 계속 이어집니다. 그뿐인가요? 5년 미만의 저경력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는 수가 최근 2배 이상 늘었다고도 합니다. 

 

후배 교사들의 SNS를 보면 학교를 떠나는 이는 능력자로 칭송받고 학교에 남는 이는 어리석은 자로 평가받는 이야기들이 넘쳐납니다. 이 와중에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할 사교육비는 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교사로서, 고등학생 자녀를 둘이나 둔 학부모로서 기뻐할 소식이 별로 없습니다.

 

기뻐할 소식은커녕 우울한 소식만 이어집니다. 교육주체들을 갈라치기하는 뉴스들, 서로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게 하는 뉴스들만 들려옵니다. 코로나19와 서이초 사건을 지나며 이제 더 이상 학교를 교육공동체로 부를 수 없는 지경에 온 듯합니다. 그래서 공교육 회복이나 교육공동체를 이야기하면 학교 현장을 모르는 얼치기로 취급받기 일쑤입니다. 좋은 소리 못 듣습니다.

 

고민이 되더라고요. 좋은 소리 못 들을 텐데 좋은교사운동이 교육공동체 회복을 계속 이야기해야 하는지 말이죠. 그러다가 좋은교사운동이 듣고 싶어 소리를 하는 단체가 아니라 들어야 할 소리를 내는 단체가 되어야지, 그게 좋은교사운동이지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말 걸기 캠페인’을 제안했습니다. 

 


지난 9월 28일에 말 걸기 캠페인 출범식을 열었는데요. 좋은교사운동 회원님들은 물론 학생, 학부모, 교육 시민단체 분들이 오셔서 많은 격려와 축하를 해 주셨습니다. 꼭 필요한 캠페인이라고, 작은 첫걸음이지만 분명 의미 있는 걸음이라고, 우리 교육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좋은 소리 못 들을 것 같다 싶었는데 꼭 필요한 운동을 우리 교육에 제안해 주어 고맙다는 칭찬을 들으니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얼치기 취급을 받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함께해야 한다고 믿는 동지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말 걸기 캠페인은 교사들이 먼저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에게 말을 걸자는 캠페인입니다. 그저 칭찬이나 인사말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다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한마디 말을 건네자는 캠페인입니다. 그리고 그 한마디 말을 시작으로 교육주체들의 신뢰를 쌓아가자는 운동입니다. 

 

가령, 교사가 학부모에게 “학부모님, ***는 학교에서는 ○○○하는데 집에서는 어떤가요?” 하고 먼저 말을 건넬 수 있습니다. 동료교사에게는 “선생님, 제가 뭐 도와줄 것 없어요?” 하고 말을 건넵니다. 학생에게도 “**아, 오늘 기분은 어때?” 하고 말을 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교사들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괜히 이런 말 했다가 학부모의 넋두리를 한두 시간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괜히 도울 일 없나 물었다 옴팡지게 일 폭탄을 맞으면 어떡하나, 용기 내어 말을 건넸는데 학생이 무시하고 지나가면 어쩌나…. 

 

이 부분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용기는 공동체를 통해서 옵니다. 혼자 서서 하늘을 손으로 가리키면 지나가는 이들이 그 한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봅니다. 그러나 서너 명만 모여서 하늘을 가리켜도 지나가는 이들이 하늘에 뭐가 있나 싶어 가리키는 곳을 봅니다. 

 

일단은 그 서너 명이 모이는 일은 좋은교사운동 공동체가 시작을 했습니다. 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더라도 일단은 시작을 했습니다. 교사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매뉴얼도 만들고, 말을 걸라는 의미로 예쁜 말 키링도 만들고요. 또 40일 챌린지를 기록할 수 있는 실천 액자도 만들어서 뿌렸습니다. 학교에서 가끔 여기저기 말 걸고 다니는 교사를 만난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좋은 교사입니다. 그들이 더 큰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참학 회원님들께서 더 큰 공동체를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뭔가를 자꾸 하지 말라는 시대에 뭔가를 해보려고 합니다. 좋은교사운동이 이런 무모한(?) 도전에 나선 이유는 파커 팔머의 말처럼 “안전과 만족은 법과 제도가 아니라 친구로부터 획득된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단절된 담장 안에서 불안과 불신으로 상처받느니 조금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더라도 담장 너머의 누구와 친구로 연결되는 것이 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막상 새 길을 나서기는 했는데 교육공동체 회복이 언제쯤 이뤄질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먼 미래가 저절로 올 것이라 믿기보다는 그 오지 않은 미래를 오늘 여기에 온 것처럼 살아보려 합니다. 오지 않은 미래를 현재에서 살려니 부딪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뒤돌아서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길이 옳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요?

한성준(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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