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학부모신문

어린이·청소년 인권> 왜 어린이·청소년만 더 쉽게 규제하려 드는가

참교육 학부모신문 | 기사입력 2024/10/05 [11:27]

어린이·청소년 인권> 왜 어린이·청소년만 더 쉽게 규제하려 드는가

참교육 학부모신문 | 입력 : 2024/10/05 [11:27]

왜 어린이·청소년만

더 쉽게 규제하려 드는가

 

 

요즘 청소년의 스마트폰·SNS 사용을 규제하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에서도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사례, SNS 가입에 연령 제한을 두는 사례 등이 늘어나고 있고, 스마트폰과 SNS 때문에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 악화됐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한국에서는 조정훈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이른바 ‘우리 아이 SNS 안전지대 3법’을 발의했다.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16세 미만은 일별 SNS 이용 시간을 제한하며, 중독성 강한 서비스 이용 시 친권자의 동의를 받게 하는 등의 내용이다.

 

조정훈 의원은 2024년 9월 국정감사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학교의 휴대폰 소지 금지를 개선하라고 권고한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면서 마치 국가인권위나 학생인권을 주장하는 측이 휴대폰을 전혀 제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발언했는데, 이런 오해부터 바로잡고 싶다. 

 

국가인권위 결정례나 학생인권조례의 기준은 예전부터 일관됐다. 학교가 학생이 휴대폰을 갖고 있는 것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 되며, 휴대폰을 함부로 압수해서도 안 된다. 단,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필요한 범위에서, 적절한 절차로 만든 규칙에 따라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업에 방해가 되므로 수업시간에는 휴대폰을 꺼내지 않는다는 규칙이나, 시험 중에는 부정행위 우려가 있으므로 몸에서 떼어놓고 보관한다는 규칙을 정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이것이 강제성 있는 규칙으로 정할 일인지, 자발적 약속과 참여, 교육과 매너의 차원에서 볼 일인지도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쨌든 현재 정리된 기준은 ‘수업 등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규칙으로 사용을 제한할 수 있고, 과도한 제한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나 인권단체가 인권 침해라고 지적하는 사례들은 대개 전교생의 휴대폰을 등교 시 일괄 수거하여 쉬는 시간 및 점심시간에 소지·사용까지 원천 봉쇄하는 학교들, 자의적·폭력적으로 휴대폰을 압수한 사례들이다.

 

스마트폰, 특히 SNS 환경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등의 이야기는 수업 방해 같은 문제와는 아예 성격이 다른, 새롭게 제기된 이유들이다. 더 과학적 연구가 축적되어야겠으나, 개인적 체감으로는 SNS가 삶의 질에 안 좋을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하는 편이다. 실제로 나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할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 최근 스마트폰에서 오랫동안 해 온 SNS 계정을 삭제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나 SNS가 그렇게 문제라면, 모두가 스스로 SNS에 거리를 두도록 만들거나, 스마트폰 생산·판매와 SNS 서비스를 금지해야 할 일 아닐까? 차라리 전 사회적으로 스마트폰의 유해성을 알리고 다 같이 문자·전화·검색 같은 단순한 기능만 있는 기기를 쓰자고 하는 건 어떨까? SNS나 숏폼이 해롭다면 그런 서비스 자체를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왜 학교에서만 금지한다거나 연령 제한을 둔다고 하는 건지, 유해성을 잘 판단하기도 어려운 친권자의 동의를 거치게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우리 아이 SNS 안전지대 법’ 같은 정책이 나오는 배경에는, 어린이·청소년의 자유는 더 쉽게 제한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 어린이·청소년을 통제하에 두고 싶어 하는 비청소년들의 욕망이 있다. 우리가 물어야 하는 것은 ‘어린이·청소년에게 스마트폰이 해로운가’가 아니다. ‘왜 어린이·청소년만 이토록 쉽게 규제할 수 있는가’이다.

 

조정훈 의원은 SNS를 술이나 마약에 비유했는데, 청소년 음주는 금지되지만 알콜중독과 건강하지 못한 음주가 만연한 한국의 현실을 보라. 청소년들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비청소년들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전반적 사회문제는 오히려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자유로운 스마트폰 사용을 ‘어른의 특권’으로 선망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스마트폰·SNS의 위험성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부디 정부와 국회가 다른 접근법을 찾길 바란다.

 

공현(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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