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학부모신문

아이들에게 1년의 시간을 선물할 수 있다면

- 한국형 애프터스콜레 오디세이학교를 소개합니다

참교육 학부모신문 | 기사입력 2024/11/05 [11:58]

아이들에게 1년의 시간을 선물할 수 있다면

- 한국형 애프터스콜레 오디세이학교를 소개합니다
참교육 학부모신문 | 입력 : 2024/11/05 [11:58]

아이들에게 시간 1년을

선물할 수 있다면

- 한국형 애프터스콜레 오디세이학교를

소개합니다

 

▲ 정병오(오디세이학교 교사)

 

우리나라 교육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즉 교육과정이 목표로 하는 어떤 수준을 성취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잘 해야 하고 반드시 1등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무한 경쟁의 쳇바퀴를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실수하지 않기 위해 반복학습을 해야 하고 남들보다 더 앞서기 위해 선행학습을 하게 된다. 

 

이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업에 흥미를 잃고 지쳐간다. 공부는 시험과 진학을 위한 도구일 뿐 배움과 삶이 연결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공부를 통해 진로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고 공부는 공부대로 부담이고, 진로는 또 하나의 부담이 된다. 그리고 아이들마다 배움의 속도가 다르고 성장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도 다 다르지만 하나의 교육과정만 획일적으로 주어진다. 다른 친구들과 다른 속도로 가거나 다른 방식으로 가고자 하면 낙오 혹은 실패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나라마다 상황과 대응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좋은 시사점을 주는 나라가 덴마크다. 덴마크의 경우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에 1년 과정의 기숙형 대안학교인 애프터스콜레(Efterskole)가 있다. 즉 중학교 졸업 후에 곧바로 인문계 고등학교 혹은 직업학교를 선택하는 학생도 있지만, 1년 동안 쉬면서 자신에 대해 좀 더 알아가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쌓으며, 세상을 탐색하고 싶은 친구들은 애프터스콜레에서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학교는 정규 학제 밖에 있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보다 1년이 늦게 되는 것이지만 덴마크 중학교 졸업생의 45%가 이 학교를 선택한다. 

 

사실 덴마크의 경우 일반 공교육도 경쟁이 거의 없고 교육의 본질이 잘 구현되는 모범적인 교육 체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좋은 교육 체제를 갖고 있어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을 펼치고 세상을 탐색하고 싶고, 부모를 떠나 독립을 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덴마크 애프터스콜레는 이러한 청소년기 방황의 욕구가 일탈로 이어지지 않고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교육적 체제로 흡수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덴마크 정부는 애프터스콜레에 진학한 학생들의 수업료의 75% 정도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공교육이 잘 발달된 덴마크 같은 나라에서도 17세 나이에 기존 교과 중심의 교육과정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교육과정을 스스로 설계하고 세상을 학교로 삼아 자신의 미래를 찾아가는 1년의 과정이 필요하다면 한국에는 더욱 이런 학교가 필요할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할 때 눈망울이 초롱초롱하여 세상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던 아이가 중3이 되었을 때 학습은 물론이고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 아무런 기대도 없이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아이가 얼마나 많은가? 아이들이 이렇게 된 책임이 아이와 가정에게만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의미에서 경쟁 위주의 우리 교육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 면은 없는 것인가?

 


오디세이학교는 지금부터 10년 전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시작되었다. 다만 덴마크와 한국의 교육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몇 가지 보완이 필요했다. 

 

우선 애프터스콜레가 정규 교육과정 밖에서 학력 인정이 되지 않는 체계라면 오디세이학교는 고등학교 1학년 학력 인정과정으로 설계했다. 나이와 교우 관계가 중요한 한국의 정서를 고려한 것이다. 그리고 대안학교 형태를 가진 애프터스콜레와 달리 오디세이학교는 대안학교와 공교육이 협력하는 민관협력 체계를 만들었다. 민간 대안학교에서 지난 20년 동안 축적해 온 창의적인 교육력을 포용하면서도 공교육의 틀 안에서 공적 재정 지원과 공교육 교사들의 교육력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오디세이학교의 교육과정은 기본적으로 대안교육의 철학과 문화의 기반 위에서 운영이 되지만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일반 대안학교들과는 차이가 있다. 

 

우선 오디세이학교는 1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둘째, 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기, 즉, 나도 몰랐던 내 속의 잠재력을 찾고 자신감을 회복하기, 내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하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함께 우애를 쌓고 갈등을 해결하는 훈련하기 등의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입시경쟁 중심의 일반학교로 돌아가서도 여기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배움을 이어가고 길을 찾을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학력인정 과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 필수 이수과정 시수를 축소해서 이수해야 한다.

 


이러한 학교의 비전과 특성을 담아내기 위한 교육과정은 크게 보통교과와 대안교과로 구성된다. 보통교과는 일반계 고등학교 1학년 필수이수 교과인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8단위를 3단위로 축소해서 이수하고 대안교과는 공통과정과 선택과정으로 구성된다. 

 

<표1> 오디세이학교 교육과정 구성

 

 

오디세이학교를 처음 시작할 때 주위에서 기대도 많았지만 우려도 많았다. 그런데 일 년간 교육을 마칠 즈음이면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이 자신이 느낄 뿐 아니라 주변 부모나 교사들이 느낄 정도로 드러난다. 흔히 교육의 열매는 먼 훗날 드러나기 때문에 단기간에 평가할 수 없다고 하나 오디세이학교에서는 아이들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각각에 맞는 변화와 성장이 매해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교사 입장에서 관찰되는 아이들의 공통된 변화는 우선 표현력이 자란다는 것이다. 오디세이학교에 처음 왔을 때 아이들은 대부분 입을 잘 열지 않는다. 그런데 오디세이 공간 안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든지 존중받고 비난받지 않는다는 신뢰가 생기면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한다. 여기서는 자신을 꾸밀 필요가 없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로 존재해도 괜찮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하면 비로소 입이 열리기 시작하고 자기 생각을 솔직히 말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렇게 안전한 공동체 가운데서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훈련되면 조금 불편한 자리를 포함한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자기를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서 감지되는 뚜렷한 변화 중 또 하나는 주체성이 향상된다는 점이다. 수동성은 입시 위주의 우리 교육이 아이들에게 심어준 가장 안 좋은 모습이다. 그래서 오디세이학교는 아이들의 내면에 깊게 형성된 수동성을 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향해 약간 공격적일 수도 있을 정도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래서 네 생각은 뭐니?”라고 묻는다. 학교의 자치회의나 수업, 소그룹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그것을 상호 피드백을 통해 보완하고 끝난 후에는 평가를 통해 또 보완하는 작업을 거친다. 이러한 학교의 모든 활동과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어떤 일이든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왜 그런지를 알아보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주체성을 형성해 간다.

 


또 오디세이학교를 다닌 아이들에게서 어른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배움은 대부분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진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 특히 가장 가까운 어른인 부모나 교사를 자신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존재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신뢰하지 않는다. 이는 아이들의 배움에 매우 큰 장애물이고 성장의 손실을 가져온다. 그런데 오디세이학교 경험을 하면서 교사들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서 수업이나 활동에서 만나는 어른들에게도 신뢰를 가지고 마음을 열게 된다. 이러한 신뢰는 낯선 어른들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여 일평생 배우는 자로 살아갈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또한 일 년 과정을 거친 아이들은 삶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은 삶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 않다. 그냥 공부 열심히 해서 안정적인 직업을 얻어 편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그런데 여러 영역에서 소신껏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삶의 의미를 찾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재미있고 의미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러한 삶도 멋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생각들이 많이 변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도 지금까지 교과서나 미디어에서 봤던 삶의 테두리를 벗어나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게 된다. 

 


오디세이학교를 시작한지 10년이 되었고, 2025학년도 11기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오디세이학교에 관심을 갖고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학교 홈페이지나 교무실로 학교 설명회와 중3 학생 체험의 날 참가 신청을 하면 된다.

(02-2256-6740, http://odyssey.h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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